두 개의 안개 ‘개헌·반기문’ 걷혀야 대선 보인다
입력 2016-10-17 00:03 수정 2016-10-17 00:16
정치권에서 여야의 대권 주자들이 소속 정당을 탈당해 ‘제3지대’에서 헤쳐 모일 것이라는 ‘중간지대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선 잠룡들 간 각종 연대설(說)도 난무하고 있다.
여야 대권 주자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시나리오가 사그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다음 대선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차기 대선이 현행 ‘게임의 룰’에 의해 치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꺾이지 않고 있다. 개헌으로 대선 구조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기 대권 지지율 1위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인물이 장외에 있는 것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과 손잡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민주화 이후 새누리당의 전신인 보수 정당에서는 ‘김영삼-이회창-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도 특이점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개헌과 반기문’이라는 두 개의 안개가 걷혀야 대선 구도가 명확히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헌은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야기할 대형 변수다. 개헌론자들의 주장대로 된다면 다음 대선에서 5년 단임 대통령을 안 뽑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중간지대론’으로 표현되는 정계 개편도 개헌과 맞물려 있다. 개헌은 현행 여야 체제를 무너뜨릴 폭발력을 갖고 있다. 개헌 논의가 불붙을 경우 여야 구도가 개헌파와 비개헌파로 급격히 전환될 수 있다. 여야의 비박(비박근혜),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손을 잡으며 제3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개헌을 매개로 정치인의 이합집산이 이뤄진다면 철새 논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행보다.
실제 개헌이 이뤄질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헌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판을 휩쓸고 갈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개헌 논의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경우 현행 ‘1여 2야 체제’에서 복잡한 수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합종연횡설이 난무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지지율 1위인 반 총장이 안갯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가 과연 여권을 선택할지, 아니면 제3지대를 향할지, 그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할지 여부 등 모든 게 불확실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각종 추측이 정치판을 떠도는 것이다.
연대설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안철수 전 대표와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다. 안 전 대표가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오는 25일 만찬회동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철수·반기문 연대론’이 불거져 나왔다. JP를 고리로 ‘안·반’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안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서로 덕담을 나눈 이후 ‘안철수·유승민 연대설’이 떠올랐다. 하지만 유 의원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부인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의원이 힘을 모은 ‘김무성·유승민 연대’가 대선 필승 카드라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16일 “지금 시점에서 합종연횡설은 너무 성급한 얘기”라며 “반기문이라는 안개가 걷혀야 여당의 대권 후보가 정리되고, 다음 대선의 대결 구도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