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메시를 월드컵서 못 볼 수도?

입력 2016-10-17 18:03 수정 2016-10-17 21:31
세계축구의 권력이동 현상이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각 대륙별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는 동에서 서로, 유럽은 서에서 동으로, 남미는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사진은 지난 11일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에스타디오 마리오 알베르토 켐페스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실점 선방해 1대 0 승리를 이끈 파라과이 골키퍼 후스토 비야르(왼쪽). 왼쪽 두 번째부터 레나토 이바라(에콰도르) 만타스 쿠크리스(리투아니아) 비요른 크리스텐센(몰타) 알리레자 자한바크슈(이란) 손흥민(한국) 카가와 신지(일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뉴시스

지난 11일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에스타디오 마리오 알베르토 켐페스.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10차전이 열린 이곳에서 아르헨티나는 파라과이에 0대 1로 무릎을 꿇었다. 아르헨티나의 예선 두 번째 패배(4승2무2패). 남미 예선은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진입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본선 진출의 하한선인 5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 순위마저 지키지 못하면 탈락이다.

남미와 유럽 언론들은 다음날 하나같이 이런 제목으로 아르헨티나의 예선 탈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메시를 월드컵에서 못 만날 수도 있다.’ 러시아행 막차의 차창 밖으로 세계축구의 권력이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선탈락 위기 몰린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마리오 켐페스(62) 디에고 마라도나(56)부터 리오넬 메시(29·FC바르셀로나)까지 슈퍼스타들을 꾸준히 배출한 세계축구의 자원보고다. 월드컵에서 모두 두 차례 우승했다. 하지만 1970 멕시코월드컵 이후 46년 만에 남미 예선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남미에 걸린 월드컵 본선 출전권은 4.5장. 남미 예선 4위까지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하고 5위는 0.5장의 출전권을 들고 오세아니아 예선 1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남미가 오세아니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 적은 없었다. 아르헨티나는 적어도 5위만 지키면 월드컵 본선에 턱걸이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순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미 예선 1, 2위 브라질 우루과이에 이어 4위권을 형성한 나라는 콜롬비아 에콰도르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하메스 로드리게스(25·콜롬비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토니오 발렌시아(31·에콰도르) 등 유럽 빅리거의 성장으로 결실을 맺는 나라들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4위권 밖으로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아르헨티나를 한때 6위까지 끌어내린 다크호스 파라과이의 선전, 7위로 밀린 2016 코파아메리카 챔피언 칠레의 부진이 맞물려 5위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국가대표 은퇴를 번복했지만 사타구니 부상으로 잠시 대표팀 명단에서 빠진 메시의 부재만으로 아르헨티나 부진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남미 판세는 복잡하다.



동유럽·서아시아 강세

유럽과 아시아 상황도 남미만큼 복잡하다. 남미의 권력이 남에서 북으로 이동했다면, 아시아는 서진(西進) 유럽은 동진(東進) 중이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각조 1위는 이란(A조)과 사우디아라비아(B조)다. 전반부 최종전을 앞둔 지금까지 단 1패도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A조), 한때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를 외쳤던 일본(B조)은 ‘중동 모래바람’에 휘말려 각조 3위로 밀렸다. 지금의 흐름을 깨지 못하면 아시아 플레이오프 사상 최초의 한·일전까지 가능하다.

아시아 축구권력을 동아시아에서 빼앗아 서아시아로 옮긴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다. 한때 선수의 해외진출을 가로막아 쇄락했지만 네덜란드 명장 베르트 판 마바이크(64) 감독의 압박과 창조적 공격을 이식한 뒤부터 급격한 상승세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면 적어도 일본 호주 중 하나는 탈락한다.

유럽에선 동유럽을 중심으로 신흥강자들이 대거 출현했다. 몬테네그로 아제르바이잔 리투아니아가 주인공들이다. 그동안 월드컵 본선은커녕 1승조차 쉽지 않았던 나라들이지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유럽 예선의 판을 흔들고 있다.

몬테네그로는 E조에서 폴란드를 따돌리고 1위, 아제르바이잔은 체코 노르웨이에 앞선 C조 2위, 리투아니아는 스코틀랜드 슬로베니아를 제치고 F조 2위다. 유럽 예선은 아직 3차전까지 진행돼 초반이지만 심상치 않은 상승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