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日 청년 취업시장… 대기업 6년째 채용 늘려
입력 2016-10-17 00:09
일본 경제는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방침으로 인한 엔고와 고질적인 내수 부진으로 고군분투 중이지만 주요 기업들은 그럼에도 내년도 채용을 올해보다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금은 어렵지만 경기가 다시 좋아질 것이란 자신감이 퍼져 있고,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것도 채용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어서다. 특히 소비가 늘 것이란 기대감으로 소매업체들의 채용 확대가 두드러진다.
닛케이신문은 1003개사를 대상으로 ‘2017년도 채용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7년 봄 입사할 대졸사원 내정자 수가 올봄보다 2.8% 늘어나 6년째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일본의 대졸자 내정 제도는 당해년도에 채용을 임시 결정한 후 이듬해 졸업과 동시에 채용하는 방식이다.
신규 채용이 늘어난 데는 비제조업의 공헌이 컸다. 지난해에는 은행과 제조업이 신규 채용 증가를 이끌었으나 상황이 바뀐 것이다. 특히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잡화점과 약국을 합친 점포)가 인기를 끌면서 채용도 커졌다. 드러그스토어 업체 추루하그룹은 채용 인원이 54.4%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스기약국도 32.6% 늘었다.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이 컸다. 건설·부동산업은 올림픽을 앞두고 투자 붐이 일면서 일손이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업체인 다이와하우스그룹, 세키스이하우스그룹은 각각 22.2%, 22.8% 채용을 늘렸다. 덩달아 건설사의 하청을 받는 임대 관리업체 다이토 겐타쿠는 올해보다 34.4% 더 채용키로 했다.
호텔·여행 등 서비스산업도 올림픽 손님맞이를 위한 신규 채용에 적극적이다. 프린스호텔은 신규 채용이 전보다 53.5%나 늘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글로벌 경쟁에 뛰어드는 보험 대기업은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일손을 보충했다. 손해보험사인 손보재팬니혼코어와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은 올봄보다 인력을 각각 13.7%, 20.3% 더 뽑았다.
반면 전통적으로 일본 취업시장을 책임져온 은행, 제조업은 채용이 주춤했다. 최근 몇 년 동안 1000명씩 채용한 3개 대형 은행은 신규 인원을 예년보다 줄였다. 제조업도 채용증가율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봄 680명을 대거 채용했던 도시바는 분식회계 스캔들 때문에 채용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 간의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했다. 구설에 올랐거나 인기 없는 직종은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4월 연비 실험 데이터 조작이 드러난 미쓰비시 자동차와 스즈키는 당초 계획만큼 인력을 뽑지 못했다. 성장 전망이 높지 않아 젊은이들에게 외면받는 외식업은 올해도 기피현상이 심했다. 젠쇼그룹과 로열홀딩스, 콜로와이드 등 대표적 외식 대기업은 대부분 계획 미달이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