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새 국왕 1년 뒤 즉위… 와치랄롱꼰 왕세자 밝혀

입력 2016-10-16 18:11
지난 13일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서거한 이후 첫 주말인 15일 검은색 옷을 입은 태국 국민들이 국왕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방콕 왕궁 앞 광장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모습도 보인다. 왕궁 주변에는 수만명이 몰렸으며 밤을 새우는 사람도 수천명에 달했다. 태국은 애도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AP뉴시스

최근 서거한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을 이을 새 국왕은 1년 뒤 즉위하기로 했다. 태국 정치권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던 국왕의 부재로 향후 1년간 실권을 쥐고 있는 군부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뿌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15일 밤 연설에서 와치랄롱꼰(64) 왕세자가 푸미폰 국왕의 애도 기간이 끝난 이후에 왕위 계승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지난 13일 타계한 국왕의 애도기간을 1년으로 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태국 국가입법회의는 헌법에 근거해 국왕 자문기구인 추밀원 대표인 프렘 틴술라논다(96) 원장을 임시 섭정자로 지정했다. 섭정자는 국왕 유고 시 차기 국왕이 선출될 때까지 국왕 선출 절차를 책임지는 자리다. 프렘은 1980∼88년 총리를 지냈고 1998년 추밀원장에 취임해 푸미폰의 최측근으로 활동해 왔다.

당초 1남3녀를 둔 푸미폰 국왕은 1972년 아들인 와치랄롱꼰 왕자를 왕위 계승자로 지명해 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와치랄롱꼰이 즉위식을 서둘렀다면 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태국 국민이 70년을 재위해온 푸미폰의 서거에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와치랄롱꼰 자신에 대한 세간의 여론도 좋지 않아 전략적으로 즉위식을 유보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와치랄롱꼰은 왕실 구성원으로선 이례적으로 이혼을 했고, 문신이 드러난 채 속옷 차림으로 공항에 나타나는 등 방탕한 행실로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에 섭정자로 지정된 프렘 역시 와치랄롱꼰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 대신 프렘은 공주들 중 셋째인 짜끄리 시린톤 공주와 가깝다. 프렘은 와치랄롱꼰과 가까운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도 앙숙이다. 푸미폰 국왕이 이미 와치랄롱꼰을 후계자로 지정했기에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향후 1년간 여론 추이와 와치랄롱꼰의 행실에 따라 후계자가 바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국왕 서거 후 첫 주말을 맞은 15일과 16일 방콕 시내 왕궁에는 수만명이 몰려 국왕의 서거를 애도했다. 왕실은 오는 28일부터 왕의 시신을 국민에 공개할 방침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