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회사선 등 떠밀고, 재취업 문턱 높고, 집에선 손 벌리고… 베이비붐 세대, 암울한 ‘제2 인생’

입력 2016-10-17 04:02



올해 초까지 국내 대형 조선소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했던 최모(56)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일을 더 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퇴직을 권유했고, 고민 끝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평생 배 만드는 일을 했던 최씨에게 고를 수 있는 일자리 폭은 넓지 않았고, 일단 일용직을 알아보고 있다. 올해로 30세, 27세가 된 두 아들은 취업준비 중이어서 최씨를 부양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아들들이 취업을 한다고 해도 각자 결혼준비를 하고, 아이를 기르는 등 가정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50, 60대 나이의 베이비붐 세대가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 ‘칼바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빠른 퇴직, 고용 둔화, 늦은 은퇴’ 삼중고를 겪는 세대다. 실직 이후 다시 일하고 싶어 하지만 재취업 일자리는 대부분 단순노무직이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장년층 노동시장 현황 및 특징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0세 이상 장년층 취업자는 965만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2593만6000명의 37.2%를 차지했다. 64세 이하 생산가능인구만 봤을 때는 50대 이상이 1745만6000명으로 전체의 40.6%에 달한다.

급속도의 고령화와 이른 퇴직으로 인해 장년층의 취업자·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근속 일자리 기준으로 평균 퇴직 연령은 2005년 5월만 해도 50세였지만 꾸준히 낮아져 올해 5월에는 49세 초반까지 떨어졌다. 대부분이 명예퇴직·직장폐업 등 비자발적 사유로 회사를 떠난다.

장년층 실업자 수는 상승세다. 50대 실업자는 2011년 11만명이었지만 작년에는 14만5000명까지 늘었다. 60대도 마찬가지여서 같은 기간 7만7000명에서 9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고용률도 둔화되면서 50대 고용률은 2014년 74.2%에서 2015년 74.4%로 소폭 상승했고, 60대 이상 고용률은 같은 기간 39%에서 38.9%로 감소했다. 장년층 인구수 증가세를 일자리 수 증가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년층 상당수는 재취업을 희망한다. 특히 55∼64세 남성의 경우 87.3%가 일하기를 원하고, 현재 취업자의 91.5%가 장래에도 꾸준히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장년층이 일하기 원하는 이유로는 58%가 ‘생계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나마 재취업에 성공한 장년층은 40%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50세가 되기 전에 퇴직하고 취업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은퇴는 70대가 되어서야 가능하다. 실제 우리 노동시장의 은퇴 연령은 남성이 72.9세, 여성이 70.6세로 파악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생계 유지를 위해 장년층은 퇴직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흡한 노후준비가 질 낮은 일자리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장년층의 재취업 시 이들의 숙련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