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살 숙주’ 트위터

입력 2016-10-17 04:09



자살 유해 정보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자살 유해 정보는 1년 사이 배 가까이 늘었다. 자살을 부추기는 유해 정보의 절반 정도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디시인사이드(디씨)’에서 적발됐다.

대표적 SNS인 트위터는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동반자살 모의’ 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공간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트위터의 자살 유해 정보 삭제 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소통을 전면에 내건 SNS가 ‘죽음의 방아쇠’로 변질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1만2170건의 자살 유해 정보가 신고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신고 건수(6478건)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2년 시행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에 따라 설치됐다. 인터넷 자살 유해 정보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매년 7월 경찰과 유해 정보 신고대회도 연다.

국민일보가 단독 입수한 중앙자살예방센터의 ‘매체별(인터넷 커뮤니티, 포털, SNS 등) 자살 유해 정보 신고 현황’에 따르면 자살 유해 정보는 일베(4145건)에서 가장 많이 신고됐다. 이어 디씨(2313건), 트위터(2169건), 다음(1128건), 기타 사이트(1004건), 기타 SNS(606건), 네이버(414건) 등이었다. 일베와 디씨의 자살 유해 정보는 지난해 전체(각 1271건, 1710건)보다 각 3.3배, 1.4배 늘었다. 트위터는 지난해(172건)에 비해 무려 12.6배나 급증했다.

신고된 유해 정보를 종류별로 나누면 ‘자살 조장’ 유해 정보는 일베(3983건)와 디씨(2156건)가 1, 2위를 차지했다. 트위터에는 ‘동반자살 모집’(1156건)과 ‘자살 실행 이미지’(815건)가 가장 많았다. 그나마 일베와 디씨, 다음의 자살 유해 정보 삭제율은 각 97%, 98%, 90%로 높은 편이다.

문제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가 제공하는 SNS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접근하기 쉽고 빠르게 확산되는데도 자살 유해 정보 삭제율은 페이스북 23%, 트위터 9% 등으로 낮다. 특히 트위터는 이용자의 관심사를 엮어주는 ‘해시태그(#)’ 기능이 악용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윤진 팀장은 “트위터에 ‘동반자살 모집’ 쪽지를 띄우면 리트윗되고 댓글이 달리면서 서로 연결된다”며 “이어 비공개 블로그나 자살 사이트 같은 자신들만의 ‘암묵적인 비밀 모임’으로 이어지거나 실제 동반자살을 결행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 광양과 인천,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집단자살 사건 등은 대부분 트위터가 연결고리였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유현재 교수는 “규제가 느슨한 해외 기반 SNS가 자살 시도자, 혹은 동반자살 모의자의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