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으로 치러지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는 투수들의 역량이 정규리그 때보다 더 부각된다. 한두 점 차 승부가 펼쳐지는 치열한 접전 상황에서는 선발투수뿐 아니라 뒷문을 지키는 마무리투수들의 활약도 중요해진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가을야구의 끝을 장식할 ‘명품 클로저’들이 팀 승리를 위해 출격 대기 중이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임창용(40·KIA 타이거즈)과 임정우(25·LG 트윈스)의 신구 마무리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임창용은 40세 4개월 6일의 나이로 1차전에 구원 등판해 프로야구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임정우가 웃었다. 임정우는 2차전 9회초 0-0 동점 상황에서 등판해 1이닝 2탈삼진으로 KIA 타선을 봉쇄했다. 결국 LG는 9회말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냈고, 임정우는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임창용은 9회말 실점의 빌미를 제공해 패전의 멍에를 썼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세이브 1, 2위 간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투수는 올해 2승 36세이브로 생애 첫 구원왕에 등극한 김세현(29)이다. 그는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직구로 경기를 매듭짓는 스타일이다.
그는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 삭발까지 감행한 채 등장한 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14일 치러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김세현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김세현은 선발투수 앤디 밴헤켄에 이어 8회말 등판해 1⅓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하면서 탈삼진을 3개나 잡아내며 뒷문을 완전히 걸어 잠갔다.
LG 임정우는 정규시즌 3승 8패 28세이브로 김세현에 이어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종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와 강인한 정신력이 큰 강점이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는 아직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임정우는 “변화구에서는 제가 훨씬 더 강하지 않나 싶다”며 치열한 마무리 싸움을 예고했다.
어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명품 클로저들의 맞대결은 계속 이어진다. 정규리그 2위로 준플레이오프 승자를 기다리고 있는 NC 다이노스에도 막강한 마무리투수가 있다. 바로 임창민(31)이다. 그는 올해 1승 3패 26세이브 6홀드라는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31세이브)보다 세이브 개수가 줄었다. 정규시즌 막판 다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2.57로 전 구단 마무리투수 중 가장 안정적이다. 이는 구원왕 김세현(2.60)보다도 낮은 수치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의 이현승(33)을 볼 수 있다. 지난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원동력 중 하나는 준플레이오프부터 뒷문을 걸어 잠근 이현승의 활약이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단기전인 만큼 그의 집중력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뒷문이 강해야 ‘가을야구’ 즐긴다
입력 2016-10-16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