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불법조업 北어선 발포… 9명 사상

러시아 연안경비대가 극동지역 자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검문에 불응하고 달아나던 북한 어선에 총격을 가해 북한 선원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러시아의 이번 강경 대응이 중국 측의 서해 불법조업 사태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러시아 관영매체 RT에 따르면 북한 어선 ‘대양 10호’는 14일 오후 10시20분(한국시간 15일 오전 4시20분)쯤 러시아 극동 연안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연안경비대에 붙잡혔다. 러시아 경비대원들이 대양 10호에 승선한 뒤 불법조업으로 잡은 수산물을 찾아내자 북한 선원들은 위협적으로 나왔고 이에 경비대원들이 발포해 선원 9명이 부상했다. 이 가운데 1명은 병원에 후송됐으나 숨졌다. 대양 10호에는 모두 48명의 선원이 탑승해 있었다.

RT는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대양 10호가 경비대원들을 태운 채 도망가려 했고, 선원들의 위협에 경비대원들이 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발포했다”고 전했다. RT는 경비대원 1명도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사건 이후 러시아 측은 대양 10호를 자국 내 항구로 끌고 왔으며, 주블라디보스토크 북한영사관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북한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불법조업 문제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군이 소형 어선을 어민들에게 빌려준 뒤 잡은 수산물을 중국에 팔아 연간 2억∼3억 달러(2370억∼340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핵 및 미사일 개발 비용 등으로 전용된다고 보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