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양무진] 북한 주민들 마음 얻으려면

입력 2016-10-16 18:39 수정 2016-10-17 09:24

최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주고받는 말들이 원자폭탄급이다. 서울 불바다와 평양 초토화에 이어 김정은 제거론까지 등장한다. 남북한 간 말싸움에 미국이 합세하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한과 미국 대통령에게 전가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과 종북세력에게 책임을 돌린다. 종북세력과 비판세력은 구분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소통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의 조화를 이끈다. 수령독재국가는 통제와 감시, 사상교육을 통해 체제를 결집한다. 체제가 다른 남북한이 비판세력에 대한 인식이 같아선 안 된다.

지난 8월 29일∼9월 2일 2016년 제10호 태풍 라이언록(Lionrock)이 북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방을 강타했다. 북한은 해방 이후 처음 있는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9월 6∼9일 북한 당국과 유엔 산하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수해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했다. 농경지 1만6000㏊가 침수됐고 건물 8700여동이 침수·파괴됐다. 사망·실종자가 538명이고 1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북한은 국제기구 및 비정부단체(NGO)에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긴급 지원으로 52만 달러를 승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응급보건섹터를 중심으로 17만5000달러를 투입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비스킷과 콩을 중심으로 120만 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보냈다. 유니세프는 비상의약품과 영양보충제를 보냈다. 조만간 국제기구 차원에서 2000만 달러 정도의 구호품을 추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수해 지원 문제에 대한 정부와 야당의 입장 차이는 크다. 박근혜정부는 첫째 수해 시점에 5차 핵실험 단행, 둘째 압박과 제재에 집중할 시기, 셋째 구호물품 전용 우려, 넷째 인도적 지원을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 등을 내세워 대북 인도적 지원에 부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첫째 우리 농민 보호, 둘째 창고에 쌓여 있는 쌀 재고 비용 축소, 셋째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조성, 넷째 북한을 통한 우리 경제의 활로 모색 등을 내세워 대북 쌀 지원을 제안했다.

정부는 민간단체들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불허한다. 미국 백악관은 전 유엔대사 리처드슨의 측근들을 민간대표 자격으로 방북을 허용했다. 이들은 평양에서 북한 당국자들과 미군 유해 송환 및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박근혜정부의 대북 경직성에 비해 미국은 당국과 민간, 정치적 문제와 인도적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의 유연한 입장을 보여준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 2270호는 제재와 인도적 지원을 구분한다.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북한 당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우려하면서도 제재가 주민들에게 부정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기구는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을 확고히 한다. 지원 지역과 대상, 효과에 대한 검증을 중시한다. 지원 지역 어린이에게 영양제를 먹였다면 3개월, 6개월, 1년 단위로 영양상태의 효과를 검증한다. 지원의 전용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서독은 동독에 수많은 지원을 하더라도 생색을 내지 않았다. 동독의 자존심을 지켜줌으로써 동독 주민들의 마음을 샀다. 우리의 대북 퍼주기 논란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100만장의 대북 전단과 1000대의 확성기, 100만개의 한류 비디오 보급이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심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평상시에는 대화하고, 교류하고, 북한이 어려울 때에는 우리의 능력 범위 내에서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3만명의 새터민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화와 교류, 지원 와중에 북한이 도발하면 속도와 폭을 조절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