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최연소 ‘흥행 퀸’ 심은경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한 까닭은

입력 2016-10-16 18:34
CGV아트하우스 제공

20일 개봉되는 ‘걷기왕’(감독 백승화)은 제작비 5억원의 저예산 독립영화다. 여고생 만복이 공부는 잘 안 되고 육상부에 들어가 경보 선수로 나서는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경쾌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렸다. 주인공 만복이를 심은경(22)이 맡았다. 다소 어리바리하고 굼뜬 만복이는 마치 심은경을 위한 캐릭터인 것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심은경은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전작 ‘널 기다리며’는 여러 면에서 부담감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재미있게 찍었고 반응도 좋아 기대가 돼요.”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묻자 “100%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했다”며 “제가 출연 안 해도 재미있게 나왔을 작품”이라고 답했다.

아역 때부터 스타였던 심은경은 충무로 최연소 흥행 퀸이 됐다. 736만명을 모은 ‘써니’(2011), 865만명을 동원한 ‘수상한 그녀’(2014) 등을 통해 20대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이만한 위치에 있는 배우가 다양성 영화에 출연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용기 있고 과감한 결정이었다.

영화를 보는 92분 동안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명랑만화의 주인공이 튀어 나와 깔깔거리고 웃음을 던지다 뭉클함과 따스함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강화도 시골 학교에 다니는 만복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님과 상의했는데 그냥 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데 의견이 맞춰졌어요. 꿈과 미래를 놓고 고민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연기를 한 거죠.”

담임의 추천으로 육상부에 들어가 경보를 시작한 만복이는 경보가 뭔지도 모르고 별로 애정도 없다. 하지만 점점 욕심이 커진다. 꿈을 향한 열정 따위의 거창한 말은 잘 모르겠지만 난생 처음으로 목숨 걸고 해내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빨리 빨리’ 앞만 보고 달린다. 발가락이 짓물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잔잔한 울림의 메시지를 전한다. “엔딩 부분에서 저도 감동 받았어요.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조금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빨리 갈 필요가 없는데, 조금 못하면 어때? 거창한 꿈이 없으면 어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열심히 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시절을 자신에게 조금은 여유를 주자는 거죠.”

‘부산행’에서 얼굴도 나오지 않는 단역을 맡고, ‘로봇 소리’에서는 로봇의 목소리 연기를 하기도 한 그는 “아직 배우는 단계여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 게 즐겁다”며 “다양성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런 작품이 더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걷기왕’에서 받은 힐링을 관객분들도 함께 느끼시길 바란다”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