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나고 쓰러지고… ‘내 가수’들이 지금 아파요

입력 2016-10-16 18:40

아이돌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다. 건강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케케묵은 문제가 또다시 터졌다. 이건 분명 ‘적색’ 경보다.

빡빡한 스케줄로 인한 피로 누적이 주된 원인이다. 앨범 내고 활동을 시작하면 매일 꽉 찬 일정이 이어진다. 보통의 경우 이른 아침 음악방송 리허설부터 시작해 하루 동안 적게는 1∼2개, 많게는 3∼4개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한류의 중심인 만큼 해외 스케줄도 만만찮다. 줄줄이 잡힌 국내외 공연과 각종 행사를 치러내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게 일상이다. 공항에 하도 자주 출몰하니 ‘공항패션’까지 유행할 정도다. 이런 생활패턴에서 오는 신체 이상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인기그룹 엑소(EXO) 멤버 레이(25)는 지난 11일 일본 출국을 위해 공항을 찾았다 돌연 실신했다. 원인은 수면 부족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조치를 받았는데 의사는 “휴식을 취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하루 쉰 레이는 12∼13일 열린 엑소 일본 단독 콘서트에 예정대로 참여했다.

솔로 활동 중인 B1A4 산들(본명 이정환·24)은 갑작스러운 고열로 지난 11일 예정됐던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에 불참했다. 병원 치료를 받고 12일부터 다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랩몬스터(본명 김남준·22)는 지난달 29일 안무 연습 도중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피로골절’ 위험 진단을 받았다. ‘(당분간) 다리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으나 지난 10일부터 새 앨범 활동 중이다.

여자친구 엄지(본명 김예원·18)는 좌측 대퇴부 봉공근 염좌로 인한 다리 통증 때문에 지난 5일 활동을 중단했다. 걸스데이 혜리(본명 이혜리·22)는 지난 3월 뇌수막염을 앓았고, EXID 하니(본명 안희연·24)는 지난 2월 장염이 심해져 휴식기를 가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는 더욱 우려스럽다. 위너 남태현(22)은 연습생 시절부터 앓던 심리적 건강 문제가 최근 악화돼 결국 활동을 중단했다. 원인 모를 두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던 크레용팝 소율(본명 박혜경·25)은 공황장애 초기 진단을 받고 휴식에 들어갔다.

다이어트 압박에 노출된 걸그룹의 경우 심각한 섭식장애를 겪기도 한다. 오마이걸 진이(본명 신혜진·21)는 거식증을 앓고 있다며 지난 8월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레이디스코드 소정(본명 이소정·23)도 한때 거식증에 걸렸었다.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23)는 폭식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과거 방송에서 고백했다.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 육성부터 스타가 되기까지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서 “노동환경 보장을 위한 명문화된 규약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음악 산업 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