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포항·울산·창원 지역 학교들이 석면에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진 충격으로 석면이 포함된 건축 자재가 파손돼 석면이 유출되는 상황에서도 수업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다. ‘죽음의 먼지’로 불리는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로 폐암·악성중피종 등을 유발한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포항·울산·창원 지역 초등·중학교 8곳의 교실 바닥, 책상 위, 창틀 등에서 먼지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포항 유강초·이동초, 경주 안강제일초·계림초, 울산 동백초·호정중, 창원 사파중·명서중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유강초·동백초·호정중·명서중 등 4곳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유강초 6학년 2반에서는 장식장 위 먼지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동백초 4학년 2반 창틀, 호정중 음악실 칠판 위와 502호 창틀, 명서중 3학년 2반 창틀에서도 석면이 나왔다. 검출된 곳 모두 학생들 손이 자주 닿지 않는 곳이다. 환경보건센터 측은 지진으로 석면 자재가 파손되거나 석면 자재를 복구하는 과정, 복구 작업 후 청소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으로 석면이 퍼졌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일부 학교는 석면 자재가 파손된 곳을 청테이프로 붙여 놨다. 환경보건센터 임흥규 석면팀장은 “석면 노출 위험이 있다면 전문업체가 밀봉하거나 아예 교실을 폐쇄하고 쓰지 말아야 한다”며 “청테이프를 떼었다 붙이는 과정에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이 청소하는 과정에서 석면을 들이마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으로 시설 피해를 입은 학교 가운데 석면 피해가 우려되는 학교는 모두 14곳이었는데 전부 조치된 것으로 안다”며 “석면 피해가 우려되는 곳에서 수업이 이뤄졌는지는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9년 이후 신규 석면의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기존에 쓰인 석면 자재는 바로 교체하지 않고 유지·관리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지진피해 지역 학교 석면 오염 ‘이중고’
입력 2016-10-1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