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울산 울주군 언양분기점 인근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는 사고 버스가 옆 차로로 갑자기 끼어들다가 콘크리트 방호벽(가드레일)을 들이받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부부 3쌍 등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로 확대된 것은 사고 직후 버스 출입문이 봉쇄된 데다 승객들이 창문을 깨지 못해 탈출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가을철은 단풍놀이 등을 떠나는 행락차량이 크게 느는 계절인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광버스 등은 안전운전과 차량정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14일 브리핑을 열고 “관광버스가 1차로로 운행하다가 2차로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급하게 끼어드는 영상이 있다”며 “버스 기사가 무리하게 차로를 변경하려다 사고가 났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을 보면 운전자 이모(48)씨가 운전한 사고 버스는 13일 오후 10시11분쯤 부산방면 경주IC 방향 1㎞ 지점 1차로에서 비상 깜빡이를 켜고 달리다 2차로로 진행하던 버스 2대 사이로 미끄러지듯 끼어들었고 곧바로 갓길 쪽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이어 60m를 진행하다 한 차례 더 방호벽에 부딪혔고 최초 충돌 지점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첫 충돌 후 1분쯤 뒤 버스에서는 화염이 거세게 번지기 시작했다.
사고 구간은 편도 2차로를 확장하는 공사구간으로 갓길에 공사방호벽이 바짝 붙여 설치돼 있다.
사고 버스에는 한화케미칼 퇴직자 모임 부부 16명과 여행사 가이드, 운전자 등 20명이 타고 있었다. 사망자는 대부분 한화케미칼의 50, 60대 퇴직자로 부부 동반으로 중국 장자제 여행 후 돌아오던 길이었다.
희생자가 많았던 것은 사고로 버스 출입문이 콘크리트 벽에 가로막히는 바람에 탈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쪽에 있던 승객들은 운전자 이씨가 소화기로 운전석 바로 뒤 창문을 깨자 그곳으로 빠져나왔지만 뒤쪽에 있던 승객들은 버스에 갇혀 화를 입었다.
버스 창문이 여닫을 수 없고 단단한 강화유리로 돼 있는 데다 출입문 외에는 비상구가 없는 대형 관광버스의 구조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운전자 이씨는 경찰에서 “졸음운전을 하지 않았다.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2차로로 들어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가 졸음운전을 했거나 무리한 끼어들기를 시도하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씨는 1988년 이후 음주·무면허 등 총 9건의 도로교통법 위반과 3건의 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화재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에 나선 시민들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등학교 교사인 소모(30)씨는 연기를 흡입하고 쓰러져 있는 부상자 4명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올해 2월 출고돼 6만8000㎞를 운행한 사고 버스는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어 희생자 피해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조원일 기자wch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퇴직자 가족여행 관광버스 화재 참사 방호벽에 문 막혀 희생 키워… 운전자는 상습 위반자
입력 2016-10-14 18:19 수정 2016-10-14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