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료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막기 위해… 일본, 올해 유네스코 분담금 지불 보류

일본이 올해 유네스코(UNESCO) 분담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난징대학살 자료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에 항의하고 일본군 위안부 자료 등재를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고 1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이 유네스코에 내야 하는 돈은 모두 44억엔(약 480억원)이다. 올해 분담금 38억5000만엔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복구지원비 5억5000만엔이다. 통상적으로 일본은 매년 4∼5월 분담금을 일괄 지급했다. 그러나 올해는 아직 내지 않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8개국 시민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는 지난 5월 위안부 자료 2744건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세계기록유산 심사에 관계국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현행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10월 일본군이 중국군을 참수하는 장면이 담긴 난징대학살 자료를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등재 결정 직후 “일본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아 분담금과 기부금의 지급 보류를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일본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일본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분담금 지급을 지연하고 있다면 치졸하다”며 비판했다. 이어 “유네스코 사업 전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미국이 분담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최대 분담금 지급국이다. 분담률은 9.6%에 이른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