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요, 천국의 문을…” 노벨문학상 수상 밥 딜런의 노랫말에 녹아든 詩語

입력 2016-10-14 17:47 수정 2016-10-17 17:10

미국 가수 밥 딜런(75·사진)은 시집 한 권 낸 적이 없지만 오랫동안 시인으로도 불렸다. 그가 만든 노래들은 흔히 “한 편의 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노래에 올해 노벨 문학상이 수여됨으로써 “노래가 시”라는 말은 비유가 아닌 현실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영국의 문학평론가 크리스토퍼 릭스를 인용해 딜런을 “과감하고 울림 있는 시어를 구사하는 이미지의 창안자”라고 평가했다.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이라는 노래를 예로 들어 누구도 이전에 대중가요에 이처럼 숨은 뜻이 있고(oracular), 구르는 듯한(tumbling) 단어를 구사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14일 “그의 노랫말은 은유로 가득 차 있고, 특히 언어 배치가 천재적”이라며 “대부분의 노래 가사가 길어야 3절인데, 밥 딜런의 노랫말은 길면 10절까지 간다. 그러면서 운율을 놓치지 않아 한 편의 서정적 장시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구르는 돌처럼’의 “가진 게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에 나오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하는 걸까? 사람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으려면?(Yes, and how many ears must one man have? Before he can hear people cry?)” 등의 가사는 문학적 상상력이 빚어낸 반짝이는 언어라는 평가다.

서울대 영문과 장경렬 교수도 ‘바람만이 아는 대답’에 대해 “세상사에 대한 인간의 체험을 다양한 물음 속에 담아 반전의 메시지를 전하는 능력이 천재적”이라고 극찬했다.

밥 딜런 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손광수씨는 ‘음유시인 밥 딜런’이란 책에서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독자적 표현 방식과 시적인 가사에 담은 삶에 대한 비전”을 딜런 가사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의 노랫말은 초기에는 저항의 언어로 주로 읽혔다. 그러나 노년에 이르며 점차 인간 삶에 대한 성찰과 철학적 사유를 담게 됐다. 그래서 후기로 갈수록 가사가 난해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딜런의 노래 가사는 모두 ‘리릭스(Lyrics)’라는 제목으로 연작 출간됐다. 그가 쓴 실험적인 소설 ‘타란툴라(Tarantula)’와 자서전 ‘연대기(Chronicles: 밥 딜런)’도 산문을 시적으로 쓰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