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은 15편 정도의 영화에서 주연 또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어떤 작품에서는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의 첫 영화는 D A 페네베이커 감독의 ‘돌아보지 마라’(1967)로 주인공으로 나왔다. 1965년 봄, 23세의 반골 음유시인 딜런이 3주 동안 영국에서 머물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공항과 호텔 등 곳곳에서 진행된 각종 인터뷰와 기자회견, 그리고 콘서트까지 따라다니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영상에 담겼다. 영화는 딜런이 단순한 포크송 가수 이상이며, 시대를 초월해 관객을 이끄는 힘을 가졌다는 점을 얘기하고 있다.
딜런은 샘 페킨파 감독의 서부극 ‘관계의 종말’(1973)에 음악뿐 아니라 단역으로도 출연했다. 커티스 핸슨 감독의 영화 ‘원더 보이즈’(2000)에 삽입된 ‘싱즈 해브 체인지드(Things Have Changed)’로 아카데미·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으나 딜런의 ‘노킹 온 헤븐즈 도어(Knokin’ on Heaven’s door)’는 이후 숱한 가수가 다시 부른 명곡이 됐다.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아임 낫 데어’(2008)는 딜런이 직접 출연하지는 않지만 그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영화다. 나이도 외모도 인종도 심지어 성별도 제각각인 여섯 명의 예술가가 등장하는데 모두 밥 딜런의 조각들이다.
11세의 흑인소년 우디(마커스 칼 프랭클린)는 딜런의 천재성을, 포크음악계의 스타 잭과 가스펠을 부르는 목사 존(크리스천 베일)은 딜런의 다양한 음악성을, 포크에서 록으로 전향한 뒤 팬과 평론가들로부터 변절자 취급을 받는 주드(케이트 블란쳇)는 딜런의 전환기를, 무법자 빌리 더 키드(리처드 기어)는 딜런의 은둔자적 성격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딜런은 자신의 목소리를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음악과 삶은 많은 영화인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패티 스미스’(2008)는 컬트 로커 패티 스미스의 철학과 예술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한 아티스트의 사적인 11년간의 여행을 그녀가 했던 말들과 공연, 가사, 인터뷰, 그림, 사진 등을 통해 따라간다. 딜런은 조연으로 천재 음악가로서의 풍모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밥 딜런 15편 영화 출연… 천재 음악가 풍모 보여주기도
입력 2016-10-14 17:57 수정 2016-10-14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