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통장이 텅 비는 이유를 고용노동부가 제시했다. 커피, 택시, 옷, 세일 그리고 덕질이었다. 덕질은 영화나 오디오 등 특정 분야에 아마추어 차원에서 높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고용부는 13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누가 내 월급을 옮겼을까?”라는 제목으로 직장인을 위한 재테크 조언을 올렸다.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뭔가 나 굉장한 프로페셔널한 직장인 같은”이라고 말하는 여성을 팝아트 풍으로 그려놓고 ‘(월급통장을 텅 비우는) 범인1. 커피’라고 적어놓은 식이었다. 지각을 면하기 위해 택시를 타는 남성, 세일 때 구두를 들고 고민하는 여성 등으로 직장인의 소비 행태를 묘사했다. 커피값이나 취미 생활에 들어가는 돈부터 아끼는 것이 재테크의 시작이라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려 했다.
직장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1조원에 육박하는 체불임금, 절반에 그치는 산업재해 신고율,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등 직장인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부가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데도, 마치 과소비가 문제인 것처럼 몰아갔다는 지적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직장인은 “소소한 낭비를 줄일 여지가 있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지만, 커피를 연거푸 마셔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피곤한 노동자들에게 커피마저 끊으라고 하는 게 고용부의 할 일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14일 “페이스북을 담당하는 홍보대행사에서 직장인들의 얇아진 지갑을 소재로 연성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반응이 부정적이어서 바로 내렸다”며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비즈카페] 커피·택시·옷·세일·덕질 때문에 월급 통장이 텅 비었다는 고용부
입력 2016-10-15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