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명 숨진 버스 화재서 재확인된 안전불감증

입력 2016-10-14 17:35
지난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로 승객 10명이 숨진 사고는 우리 사회의 둔감한 안전의식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비행기나 배가 아닌 고속도로 위의 차량에서, 그것도 대형 추돌이나 충돌사고가 아님에도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피해가 커진 이유는 단순하다. 사고가 났을 때 승객들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비상망치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운전기사의 안전운전 준수 여부와 함께 과연 망치가 눈에 띄는 곳에 제대로 비치됐는지를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운전기사조차 망치가 아니라 차량 내 소화기로 유리창을 깼다는 사실은 뭔가 허술한 구석이 있다는 방증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을 가로막는 규정을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현행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버스를 포함한 승차 정원 16인 이상의 자동차는 차체 왼쪽 뒤편에 쉽게 열 수 있는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정 크기 이상의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있는 경우 비상구를 설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버스 제조업체는 이를 근거로 돈이 많이 드는 비상구를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승객 안전보다는 업체 이익을 위한 독소조항은 당장 없어져야 한다. 일부 선진국은 버스가 전복될 것에 대비해 천장에도 비상 탈출구를 설치할 정도다.

이번 사고를 안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준엄하게 꾸짖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도적으로 미비한 사항은 최대한 보완하고, 운전기사나 승객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도 강화해야겠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 안전의식을 함양하려는 스스로의 각성이 가장 요구된다. 언제까지 재난공화국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