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LG 선발투수 헨리 소사는 1-0으로 앞선 4회말 1사에서 만루 위기를 맞았다.
LG가 두 번째로 맞은 1사 만루 위기였다. 앞서 1회말 같은 상황에선 병살타를 유도해 고비를 넘겼지만 이미 50개 이상의 공을 던져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한 이번에는 무실점 봉쇄를 장담할 수 없었다.
넥센 타자는 올 시즌 만루에서 타율 0.467로 프로야구 10개 팀 중 가장 높은 성공률을 가진 박동원이었다. 역전을 감수하는 한이 있어도 실점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는 편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사는 무실점 봉쇄를 결심한 듯 정면으로 승부했다. 박동원이 헛스윙과 파울 커팅을 두 차례씩 하면서 7구까지 끌고 간 풀카운트 승부는 3루수 파울플라이를 유도한 소사의 승리였다.
소사는 넥센의 후속타자 임병욱과 공 하나하나에 무게를 실어 던진 진땀 승부를 벌인 끝에 7구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워 승리했다. 소사의 집중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LG 선발 마운드가 놀라운 집중력을 앞세워 가을야구의 ‘전설’을 쓰고 있다. LG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포스트시즌 3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27이닝에서 4실점했다. 포스트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1.33이다. 정규리그에서는 5.04로 10개 팀 중 5위였다.
LG 선발진은 가히 위력적이다. 스캇 코프랜드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시즌 중 입단한 데이비드 허프, 팀의 주장 류제국, 시속 150㎞대 강속구를 자유롭게 뿌리는 소사를 투입된 초반 선발 3명의 평균자책점은 0.86이다. 이들은 LG의 정규리그 후반기 반격을 주도했던 선발진답게 포스트시즌에서도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허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선 허프가 7이닝 4피안타 4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삼진도 무려 7개나 잡았다. 승부는 내야 수비진의 실책에서 갈렸을 뿐 구위에서 허프는 KIA 선발 헥터 노에시에게 밀리지 않았다. 허프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류제국은 주장답게 노련하게 공을 던져 팀의 안정감을 더한다.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8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KIA의 타선을 봉쇄했다. KIA 선발투수는 ‘LG 킬러’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LG가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살얼음판 같았던 1대 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류제국이었다. 더욱이 류제국이 긴 이닝을 버티면서 LG는 불펜이나 다른 선발자원을 아낄 수 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위급할 경우 등판을 준비했던 소사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수 있었다. 소사는 정규리그 종반 기복을 보인 포스트시즌의 위험요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고 시속 157㎞를 찍은 위력적인 강속구와 두 차례 만루 위기를 넘긴 집중력으로 LG의 제 3선발로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6이닝을 8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 경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어서 의미가 컸다. 지금까지 25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자가 플레이오프로 넘어간 횟수는 모두 21차례다. 84%의 높은 성공률이다. 소사의 무실점 승리는 LG 선수단의 사기까지 높였다.
선발진의 뒤를 이어 정규리그 세이브 부문 2위 임정우(28세이브 3승8패) 등 불펜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뒷문을 단단하게 걸어 잠그고 있다. 임정우는 류제국이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9회초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무결점 마운드 ‘가을 전설’ 쓴다… 쌍둥이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호투
입력 2016-10-14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