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욕정이 풍부지, 자욕양이 친부대(樹欲靜而 風不止 子欲養而 親不待)’. 중국이 소프트파워 브랜드로 자신 있게 내세우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나무가 가만있고 싶어도 바람이 가만두지 않듯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 싶어도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공자의 훈계가 무색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30일 쓰촨성 펑저우시 한 시골마을 옥수수밭에서는 공개 순회법정이 열렸습니다. 주민 100여명이 지켜본 재판의 원고는 73세 린슈즈 할머니. 피고는 아들 둘에 딸 둘, 자녀 네 명이었습니다.
린 할머니는 2009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작은아들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며느리와 갈등이 생겨 이듬해부터 6년간 혼자 살았습니다. 지난 6월 다리가 아파 거동이 힘들자 다시 자식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맡겠다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촌 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할머니의 요구 사항입니다. ①네 자녀가 각각 매월 100위안(약 1만7000원)씩 생활비를 지급할 것. ②병이 나면 의료비와 죽은 뒤 장례비용을 네 명이 분담할 것. ③할머니 소유 밭은 장남이 경작하되 매월 쌀 30㎏을 지급할 것. ④생일과 명절에는 네 자녀 모두 문안을 올 것. ⑤병이 나면 네 자녀가 차례로 돌볼 것.
네 자녀는 생활비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가 모실지 다툼이 생겼습니다. 큰아들은 양로원에 모시고 비용은 분담하자고 했고, 작은아들은 의료비는 분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딸 둘은 양로원은 안 된다면서 큰오빠가 모시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큰아들은 지난번 병원비를 모두 냈는데 동생들이 돈을 주지 않았다고 화를 냅니다. 재판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찼습니다. 주쩡차오 재판관은 큰아들이 재판 내내 어머니를 다른 사람 부르듯 ‘할머니’라고 호칭하자 꾸짖기도 했죠.
1시간여 진행된 재판과 조정 과정에서 원고인 할머니와 피고인 네 자녀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재판관은 오는 30일 판결을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못내 씁쓸한 오늘의 중국 모습입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어머니 아파도 난 못 모시겠다” 73세 노모, 자녀 4명에 소송 제기
입력 2016-10-1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