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학의 지평 넓힌 밥 딜런 노벨상 수상

입력 2016-10-14 17:35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미국 포크 가수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115년 노벨상 역사에 파격으로 기록될 만하다. 소설가, 시인 등 정통 문학인이 아닌 대중가수가 처음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고정된 문학의 통념을 깨는 혁명적 변화임에 틀림없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927·프랑스)과 버트런드 러셀(1950·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1953·영국), 탐사보도 언론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2015·우크라이나) 등 비문학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전례가 없지 않으나 세계 문학계에 던진 충격은 밥 딜런 수상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의 노래는 시(詩)다. 대표곡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 ‘천국의 문을 두드려요(Knockin’ on Heaven’s Door)’ 등에서 보듯 그는 1962년 데뷔 이래 이전에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예술적 언어로 노랫말을 채우는 새로운 실험을 지속해 왔다. ‘귀로 듣는 시’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그 결과 노랫말은 물론 그가 천착한 반전, 인권 등 노래의 주제까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그의 노래와 정신이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이 작지 않은 게 우연은 아니다. 그가 2008년 대중음악과 미국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퓰리처상 특별상을 받은 건 당연하다 하겠다.

밥 딜런의 수상으로 문학과 음악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시와 소설뿐 아니라 노랫말도 문학 장르의 하나가 됐다. 정통 문학계에서는 밥 딜런의 수상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문학의 지평을 넓히려는 노벨위원회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류로 대표되는 우리나라도 문화강국이다. 그러나 재단을 통해 문화창조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식의 관 주도 문화정책 하에서는 한국의 밥 딜런이 나오는 건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