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글자 늘어놓는다고 문장 되는 게 아닙니다

입력 2016-10-15 04:00

‘발은 혈액을 되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발을 맛사지하면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면역기능이 회복되어 인체에 활력을 넣어 자연치유력을 강화시킵니다. 발의 각 부분에는 인체에 말초신경이 모여 있습니다. 발을 자극하면 전신의 신경망에 자극을 주어 장기능을 활성화 시켜 쌓인 피로회복과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줍니다’.

서울 여의도공원에 맨발로 돌을 밟아 발 마사지 효과를 볼 수 있게 한 곳이 있는데, 위는 그 안내판 문구 일부입니다. 다소 과장돼 보이는 표현도 그렇지만 문장 구성이 제대로 돼 있지 않습니다.

‘발은 혈액을 심장으로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발을 마사지하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면역 기능이 강화되고 인체에 활력을 넣어 자연치유력을 높여줍니다. 발에는 인체의 말초신경이 모여 있습니다. 발을 마사지하면 전신의 신경망이 자극을 받아 장 기능이 활성화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위의 예뿐일까요. 전국의 안내문, 설명문 등을 점검해 비문(非文)과 오류로 얼룩진 것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글자를 늘어놓는다고 글이 되고 말이 되는 게 아닙니다. 요식적인 행정행위가 아니라 문화를 대하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난 일요일이 한글날이었지요.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