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의 때문에 LG 웃고 넥센 울고… 준PO 1차전 7대 0 완승 이끌어

입력 2016-10-14 00:52
LG 트윈스 1번 타자 김용의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회초 2사 때 박용택의 안타로 2루부터 홈까지 질주해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뉴시스
2년 만에 ‘유광점퍼’를 꺼내 입은 LG 트윈스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승했다. LG의 리드오프 김용의는 가을야구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올랐다.

LG는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을 몰아친 선두타자 김용의의 맹타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투수 헨리 소사의 호투를 앞세워 넥센 히어로즈를 7대 0으로 격파했다. 2년 전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을 안긴 넥센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자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4%(25회 중 21회)다. LG는 1차전 승리로 높은 승률을 가져가 사기까지 높였다.

해결사는 단연 김용의였다. LG의 양상문 감독은 김용의를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지난 11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맞선 9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승리를 이끌었던 김용의의 사기는 이미 고척스카이돔 천장에 닿을 만큼 올라 있었다. 넥센의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앞두고 지목한 ‘경계대상 1호’ 역시 김용의였다.

김용의는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유격수 방면 안타로 출루했다. 이천웅의 내야 땅볼과 박용택의 안타로 3루를 밟은 뒤 루이스 히메네스의 땅볼 때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LG에 선취점을 안겼다.

5회초에도 집중력을 발휘해 승기를 가져왔다. LG는 양석환의 볼넷과 정상호의 안타, 손주인의 희생번트로 1사 주자 2, 3루의 득점 기회를 맞았다. 김용의는 주자 두 명을 모두 불러들인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박용택의 적시타로 2루에서 홈까지 달려 추가점을 만들었다. 홈을 밟은 김용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LG는 이때 4-0까지 점수를 벌렸다.

김용의의 불방망이는 꺼지지 않았다. 넥센 선발투수 스캇 맥그레거를 5이닝 만에 끌어내린 것도 부족해 7회초 또 다시 안타로 출루했고, 박용택의 적시타 때 다시 홈을 밟았다. 경기를 앞두고 “자신 있게 치라”고 말했던 양 감독의 격려에 세 번의 홈인으로 응답했다.

이날의 최우수선수(MVP)는 김용의였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늘 하던 대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항상 내 스타일의 타격만 추구했지만 이날은 (박)용택이 형의 말을 듣고 변화를 줬다. 공을 치는 능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양 감독은 “앞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어려운 경기를 소화해서인지 선수들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전체적인 컨디션이 상승한 것 같다. 필요할 때 득점이 나온 게 잘 풀린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소사는 8안타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포수 정상호의 안정적인 운영 덕에 실점 위기 때마다 평균 시속 152㎞의 강속구를 자신 있게 뿌려 넥센 타자들을 잠재웠다. 빠른 공을 던져주길 원했던 양 감독의 기대에 충족한 활약이었다. 베테랑 박용택은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김용의와 함께 타선에서 쌍벽을 이뤘다.

넥센의 안타는 모두 11개로 LG(9개)보다 2개가 많았다. 하지만 집중력이 부족했다. 1회와 4회 두 차례나 1사 만루 기회를 얻고도 득점하지 못했다. 반면 LG는 득점 기회가 올 때마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염 감독은 “경기가 초반에 안 풀리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 두 번의 만루 기회를 못 살린 게 끌려간 계기였다”며 “김용의가 키포인트 타자라고 생각했는데 5회 승부처에서 잘 대처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맥그레거는 예상을 뒤집고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했지만 5이닝 5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