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카톡 내용 수집, 실시간 감청 아니면 증거능력 없다”
입력 2016-10-14 05:41
수사기관이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허가서)을 발부받아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수집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찰이 현재의 방식대로 수집한 카톡 감청 자료는 유죄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3일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등 혐의로 기소된 ‘자주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모(44)씨 등 3명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감청 집행을 위탁받은 카카오가 3∼7일마다 정기적으로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추출해 수사기관에 제공한 자료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 등은 다른 증거로도 충분히 유죄가 인정되지만, 카톡 내용은 위법하게 수집돼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카톡 대화 내용의 감청이 필요하면 법원에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발부받아 카카오에 집행을 위탁했다. 카톡 대화는 서버에 저장됐다 3∼7일 뒤 삭제되는데, 카카오는 카톡 대화를 실시간 감청할 설비가 없어 대신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왔다.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감청은 전기통신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그 내용을 지득·채록하는 경우와 통신의 송수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이미 수신이 완료돼 전자정보의 형태로 저장돼 있는 기록이나 내용을 열어보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거 수집이 법에서 정한 ‘실시간 감청’이 아닌 방식으로 이뤄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감청영장 집행방식 변경 등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