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김수남-박지만 사적 만남”… 金 총장, 강력 부인

입력 2016-10-14 00:41
김수남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뉴시스

김수남 검찰총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사적으로 만났으며,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박 회장에게 검찰 수사 대응방법까지 조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관련 내용은) 박 회장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장은 ‘박 회장과 수년 전 한 식당에서 인사한 게 전부’라며 조 의원의 발언 대부분을 강하게 반박했다.

조 의원은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중 박 회장이 비서와 주고받았다는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조 의원이 박 회장의 비서라 밝힌 이는 ‘김수남 총장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회장님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답변할 때 당황하는 듯이 보였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썼다. 화면 속에서 ‘박 회장’이라 지칭된 상대방은 ‘잘했네’ ‘그랬겠지’라고 답변했다. 문자메시지가 오간 날짜는 김 총장의 국회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있던 지난해 11월 19일이었다.

조 의원은 “인사청문회 직후 박 회장에게 전화해서 ‘둘이 만난 것 없다고 하자’고 한 적이 있느냐”고 김 총장에게 물었다. 김 총장은 “그런 발언한 적이 없다. 저런 문자가 오간 이유는 제가 모른다”고 했다. 조 의원이 “개인적으로 만난 적 없느냐”고 재차 묻자, 김 총장은 “시기를 정해 달라” “개인적으로 만났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라고 맞섰다.

김 총장이 2014년 12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에 연루돼 소환된 박 회장에게 수사 대응 방법을 조언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조 의원은 “담당 검사가 휴대전화 임의제출을 요구했지만 박 회장이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그가 검찰에 나가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휴대전화를 내놓으라고 해도 끝까지 내놓지 마십시오’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검은 “박 회장은 참고인 신분이라 수사 검사가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한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정윤회 문건’ 사건 때 김 총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았었다.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지만 기각돼 불구속 기소됐고, 이후 2심까지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다.

김 총장이 거듭 부인하자 조 의원은 김 총장의 부인까지 언급했다. 그는 “이건 제가 안 여쭤보려고 했는데…”라면서 “김 총장이 중앙지검장이 되고 나서 우연히 김 총장 부인과 박 회장이 식당에서 만났는데, 박 회장은 누군지도 모르는 총장 부인이 달려와서는 ‘우리 남편을 중앙지검장 시켜줘서 고맙습니다’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총장은 “우리 집사람이 누구한테 인사청탁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근거를 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 “이는 박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내가 증인인데 더 무슨 근거가 필요하나”고 말했다. 김 총장을 향해 “굵은 동아줄인 줄 알고 박지만의 줄을 잡았다가, 문건유출 사건이 터지고 대통령이 ‘국기문란 사건’이라 단정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 줄을 바꿔 탄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김 총장은 “4∼5년 전 어느 식당에서 인사를 나눈 적은 있다. 그것도 만남이라면 만남이겠지만, 그쪽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