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 도망가는 야생동물 무리” 美 경찰의 막말

입력 2016-10-14 00:45
경찰이 쏜 총에 흑인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흑백 갈등이 불붙은 미국에서 ‘경찰이 흑인을 차별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법무부는 12일(현지시간) ‘공동 개선 계획: 샌프란시스코 경찰 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432쪽의 이 보고서는 경찰의 흑인 차별 실태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법무부 로널드 데이비스 국장은 “조사 결과 경찰이 무력을 사용하거나 검문할 때 유색인종을 차별한 다양한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보고서의 발단은 두 20대 흑인의 죽음이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행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던 20대 흑인 남성 마리오 우즈를 사살했다. 당시 경찰은 “우즈가 흉기를 버리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관 5명이 우즈를 포위하고 총격을 가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즈의 몸에선 21개의 총알이 발견됐다.

여기에다 지난 5월 훔친 차를 타고 있던 20대 흑인 여성이 경찰에 사살되며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흑인을 ‘탈주 중인 야생동물 무리’에 비유한 경찰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법무부 조사 결과 인종차별적 행태가 사실로 드러났다. 2013년 5월부터 3년 동안 샌프란시스코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된 11명 중 9명이 유색인종이었다. 같은 기간 경찰의 무력 사용 550건 중 37%가 흑인과 관련돼 있었다. 차량 검문 33만건 중 15%도 흑인 운전자가 대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인구 중 흑인은 6%에 불과하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