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한국과 인연은 딱 한번

입력 2016-10-13 21:32
‘팝의 거장’ 밥 딜런(75)이 한국을 찾은 것은 딱 한 번뿐이었다. 69세이던 2010년 3월 아시아 투어 공연의 일환으로 밴드를 이끌고 내한해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바 있다.

당시 데뷔 48년 만의 첫 내한공연에서 그는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여타 팝스타들과 달리 콘서트에 최선을 다했다. 이날 그는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블로인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레이니 데이 우먼(Rainy Day Woman)’ ‘레이 레이디 레이(Lay Lady Lay)’ 등 히트곡을 선보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6000여명을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그의 내한공연에 대해 음악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호평과 함께 나이의 한계를 절감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젊은 시절 기자회견에서 언론과 자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한국에서는 기자회견, 인터뷰 등은 일체 진행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한 공연 기획사에 ‘투어에 동행하는 매니저도 나와 한마디하는데 10년이나 걸렸다’는 일화를 전할 정도로 말을 아꼈다.

반면 허례허식 없는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경호, 통역 등 관련 직원도 최소화하고 환영 행사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흔히 해외 유명 아티스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장실, 소파 등 대기실 편의사항이나 식사 메뉴에 대해서도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당시 그가 대기실에 요청한 것은 화이트 와인 한 병, 재떨이 그리고 물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원래 서울 공연을 마친 뒤 대만,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중화권 투어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중국 당국이 전면 중지시키는 바람에 서울에서 아시아 투어를 끝냈다. 당시 중국이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은 이유로는 딜런의 음악이 가진 정치적 색깔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