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딸 정유라씨, 지난달 돌연 휴학… 교수들도 진상 규명 요구

입력 2016-10-14 04:22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의혹 당사자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여)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지난달 말 이화여대를 돌연 휴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학 과정과 학칙 변경 등에서 온갖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대 교수협의회는 13일 정씨의 입학과 출석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공식 요구했다.

이대 관계자는 “정씨가 지난달 말 휴학을 신청했고 현재 학적은 휴학 상태”라고 밝혔다. 정씨는 당초 이번 가을 학기에도 학교를 다닐 계획이었다. 학기 등록을 했고 수업 신청까지 했다. 그러나 정씨는 개강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휴학했다. 그는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지난해 3월 이대에 입학한 뒤 첫 학기를 다녔지만 출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학사 경고를 받았다. 다음 학기에 휴학했다가 올 봄학기에 복학했고, 이번에 다시 휴학했다. 입학 이후 4학기 중 절반인 2학기를 휴학한 셈이다.

교수협의회는 정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자 이날 진상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수협의회는 학교에 정씨의 입학 과정과 학사 관리 의혹에 대한 학교 측의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진상위 김혜숙 공동대표는 “학사 관리는 대학교 시스템 유지의 기본”이라며 “정씨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학점 이수 특혜에 대한 이대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올여름 계절학기 때 ‘글로벌 융합 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을 들으면서 사전·사후 평가서를 제출하지 않고도 2학점을 땄다. 담당교수인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사전·사후 평가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다른 학생들도 학점을 이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과목을 이수한 A학생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제물을 보면 알겠지만 그 학생(정씨) 이름만 없다. 우리는 정씨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사전·사후)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학점이 나오지 않는다”며 “(정씨 경우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정씨 관련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이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부실한 보고서를 내고도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운동생리학 과제물로 A4용지 1장도 되지 않는 문서에 사진 5장을 첨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인터넷 짜깁기 내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대는 지난해 9월 실기우수자 학생들의 최종 성적을 절대평가로 최소 B학점 이상 주는 내규를 새로 만들었고, 결국 정씨에게 B학점 이상을 부여했다. 또 이대 학사관리 내규 지침에 따르면 수업 불참 시 공문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정씨는 공문서 제출 없이 출석을 모두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 특혜’가 정씨 관련 의혹의 시작이었다. 이대가 승마 선수인 정씨를 뽑기 위해 체육 특기생 종목 수를 2014학년도 11개에서 2015학년도에 승마 등을 포함해 23개로 대폭 늘렸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 포함된 12개 종목 중에서 유일하게 승마 특기생인 정씨만 입학했다.

당시 입학처장이 입시 면접 평가위원들에게 ‘정씨에게 후한 점수를 주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당시 체대 입시 평가에 참여했던 일원’이라고 밝힌 한 교수는 11일 밤 이대 교수협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평가자들에게 안내할 때 입학처장 왈 ‘금메달을 가져온 학생을 뽑으라’고 한 것이 사실임”이라고 썼다. 입학 면접 당시 금메달을 가져온 지원자는 정씨밖에 없었다. 재학생들은 당시 입학처장인 남궁곤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강의실에 13일 “금메달 가져오면 입학 프리패스인가요?” “금메달 사갈게요^^ A+ 주세요!! 꼭이에요∼”라고 쓰인 종이를 붙이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대 측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체육특기생 선발과 학칙 개정을 원칙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적법하게 했다” 등의 해명을 내놓았다.윤성민 이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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