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서버 저장 카톡 내용 수집은 위법… 증거 능력 없어”

입력 2016-10-13 21:22
통신제한조치 방식으로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집해 증거로 사용해 온 것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주 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모(44)씨 등 3명에게 징역 2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그간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으로 인정돼 온 카톡 대화 내용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카톡 내용을 제외한 다른 증거들로도 이씨 등을 유죄로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판단,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카톡 대화 내용의 감청이 필요하면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발부받아 카카오에 집행을 위탁했다. 카톡 대화는 서버에 저장됐다 3∼7일 뒤 삭제되는데, 카카오는 카톡 대화를 실시간 감청할 설비가 없기 때문에 서버에 저장된 대화 내용을 수사 기관에 제출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앞서 ‘카톡 대화 내용은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을 위탁해 제공받은 자료’라고 했던 항소심과 달리 “이 같은 카카오의 집행 방식은 동시성 또는 현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감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검찰이 현재 관행대로 카톡 감청 자료는 활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이어 “통신제한조치 허가서에 기재된 감청 방식이 아닌 이미 수신이 완료된 전자정보 형태로 저장돼 있던 대화 내용을 3∼7일마다 서버에서 추출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건 위법한 증거수집”이라고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