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불법조업 어선 2년새 3배… 서해 어종 씨 말린다

입력 2016-10-14 00:02



서해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이 2년 사이 3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는 10만척을 돌파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불법조업 어선이다. 중국 어선이 수산물을 싹쓸이해가면서 우리 어선의 조업량은 대폭 줄었다. 특히 꽃게 어획량은 2년 동안 반토막이 났다.

13일 국민안전처 산하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자료를 보면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출몰한 중국 어선은 2013년 3만3031척에서 2014년 9만5064척으로 급증한 뒤 작년에는 10만척을 돌파했다. 올해는 9월까지 5만22척이 서해 북단 해상에 출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EEZ 외곽에서 1만8241척이 발견됐고, 나머지 3만1781척이 서해 5도 NLL 인근에 나타났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우리 EEZ 내 조업이 허가된 중국 어선은 연간 1600척에 불과하다. 이들 허가 중국 어선들은 충청∼전라∼제주 해역에서 조업이 가능하다. 허가받은 중국 어선이라고 해도 인천시 관할인 서해 5도에서는 조업을 할 수 없다. 서해 5도 인근만 따지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은 2013년 하루 평균 92척에서 2014년 123척, 지난해 152척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4∼6월 봄철 성어기만 보면 불법 중국 어선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른 상황이다. 4∼6월 기준으로 서해 5도 해역에 출몰한 중국 어선은 2013년 하루 평균 173척, 2014년 212척, 지난해 329척으로 늘었다.

하지만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 검거 실적은 급격히 줄고 있다. 서해 5도 어민은 지정된 어장에서 1㎝도 벗어날 수 없지만 중국 어선들은 남북 대치 상황을 악용해 NLL을 넘나들며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다. 해경이 함포사격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도 서해 5도 NLL 인근 해역에는 중국 어선 120여척이 출몰해 조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해경과 해군이 나포를 위해 접근하면 NLL 북쪽으로 도주하기도 한다. 연평도 어장의 경우 북한 수역이 눈앞에 보일 정도여서 4㎞만 도망가면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해경의 중국 어선 검거 실적은 2013년 40척이었으나 2014년과 2015년은 각각 25척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어선의 연간 꽃게 어획량은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13년 꽃게는 전국에서 3만427t이 잡혔지만 2014년 2만5657t, 2015년 1만6377t으로 대폭 감소했다. 대부분 서해에서 잡히는 꽃게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결과다. 2013년 2만7827t이던 서해 꽃게 어획량은 2015년 1만4241t으로 1만3586t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사정이 더 악화됐다. 작년에는 꽃게가 1∼7월 전국에서 6171t 잡혔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같은 기간 2480t 어획에 그쳐 59.8% 급감했다. 가뜩이나 올해는 꽃게 자원 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수온 등을 고려할 때 2016년 우리 해역에서 나오는 전체 꽃게 어획량은 작년보다 10∼30%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NLL 인근의 피해가 심각하다. 중국 어선은 백령도 대청도와 연평도 주변 수역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4∼6월, 9∼11월 말까지 매년 약 6개월간 집중적으로 NLL 주변 수역에 출현한다.

중국 어선은 우리 어선보다 오랜 시간 조업해 어획량이 더 많다. 우리 어선은 일출 1시간 전부터 일몰 1시간 후까지만 조업할 수 있지만 중국 어선은 2∼3개월 해역에 머물며 불법으로 조업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의 금어기를 노리고 NLL 일대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어기는 어패류의 산란기간이나 치어가 자라는 동안 포획·채집을 법으로 금지하는 기간이다. 서해 5도 꽃게의 경우 7∼8월이 금어기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인들의 꽃게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중국 내 꽃게는 2014년만 해도 ㎏당 3500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인천=정창교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