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중간선 원칙”-中 “형평의 원칙”… EEZ 획정기준 줄다리기
입력 2016-10-14 00:07
한·중 양국이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인정한 유엔해양법협약에 가입한 건 1996년이었다. 한·중 간 EEZ 획정 협상은 1997년 2월 시작돼 2008년까지 14차례 열렸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중단됐다. 특히 이어도 문제와 관련해 인근 해역이 어느 쪽의 EEZ에 속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이 재개된 계기는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에서 “2015년에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가동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회담이 간신히 재개됐으며, 지난 4월엔 베이징에서 1차 국장급 협의가 열렸다. 그나마 첫발을 뗐을 뿐 최종 타결까지 길게는 수십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13일 “지난해 한·중이 해양경계획정회담을 시작했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1∼2년 사이에 끝을 볼 게 아니다”면서 “한·중 관계가 특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경계획정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라고 말했다.
EEZ 획정 기준을 두고 한국 측은 ‘중간선 원칙’, 중국 측은 ‘형평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측 주장은 EEZ가 겹치는 구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자는 것이지만, 중국은 자국 국경선과 해안선이 한국보다 더 길기 때문에 EEZ를 한국보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제적으론 형평의 원칙보단 등거리 원칙이 더욱 지지를 얻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한국에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한국의 주장이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2017년에 양국 EEZ에 입어하는 어선 수와 어획 할당량을 논의하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준비회담이 2차례 열렸지만 입어 어선 수를 놓고 견해가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내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국 정부에서 함포 대응 등의 강경 조치가 등장하면서 중국에서는 중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불만을 갖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이 도를 넘는 방식을 쓰면 중국은 보복 조치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도 동등하게 반격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