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이 아닌 한국인 세 사람이 한 번에 피살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경찰은 전문 수사관을 현지에 급파했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오전 7시30분쯤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시 북쪽 도로 인근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세 사람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한국 경찰은 지난 12일 오후 8시30분쯤 지문 인식을 통해 한국인 A씨(51) B씨(46) C씨(48·여)임을 확인했다. A씨는 다리가, C씨는 손목이 장판테이프로 묶인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 8월 16일 인천공항에서 홍콩으로 출국했다. C씨는 사흘 뒤인 19일 필리핀으로 바로 출국했다. 이들은 관광이 아닌 업무상 이유로 필리핀에 갔고 1∼2개월 정도 체류 가능한 비자를 받아 연장하면서 합법적으로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수배가 내려진 적은 없었다.
필리핀 경찰은 사체가 결박된 채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총격을 가하고 바로 도주하는 식의 전형적인 청부살인과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들과 교류한 소수의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피살 사건이 네 번 발생해 총 6명이 숨졌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장모씨와 심모 목사가, 지난 2월에는 60대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필리핀에서 살해당한 한국인은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했다. 2014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0명, 11명이 숨졌다. 경찰은 “2012년 이후 관광객이 피살된 적은 없다”며 “장기간 머물며 현지인이나 교민들과 계약·거래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표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교민 피살에 느슨한 총기 규제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필리핀은 누구나 신고만 하면 총기를 지닐 수 있는 총기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총기만 100만정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치안 인프라가 열악해 범죄를 저질러도 쉽게 검거되지 않는 점을 틈타 청부살인 시장도 형성돼 있다. 한국 돈 250만원 안팎이면 청부살인을 쉽게 의뢰할 수 있다고 한다.
경찰청은 필리핀 경찰에 현장 보존을 요청하고 이날 오후 9시 비행기로 12∼25년 경력의 수사 전문가 4명을 급파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김진수 경위와 프로파일러 2명 등 경찰관 3명,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총기분석 분야 박사 등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한국인 피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필리핀에 수사 전문가를 보냈다. 2012년부터는 마닐라, 세부, 카비테, 앙헬레스, 바기오에 코리안데스크로 파견된 한국 경찰 6명이 상주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7일 2013년 8월 세부에서 식당업자 임모(당시 43세)씨를 살해한 현지인(22)을 검거하는 등 필리핀 당국과의 공조 수사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건사고 담당 영사 보조인력을 2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한인 밀집지역에 CCTV 설치를 지원하는 등 교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3년간 필리핀 경찰 수사역량 강화 사업에 66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정건희 기자suminis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필리핀서 또… 한국인 3명 총격 피살
입력 2016-10-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