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바꿔 뭘 얻었나” 선수 탓 이어 남 탓… 슈틸리케 귀국 인터뷰도 논란

입력 2016-10-13 21:19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차전 원정경기에서 패배하고 귀국한 1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2018 러시아월드컵 이란전 패배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려 논란을 일으켰던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번엔 자신의 경질설에 발끈했다. ‘선수 탓’ 발언에 대한 사과는커녕 “또 감독을 바꾼다면 한국축구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해 또 다시 ‘남 탓’을 한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각에서 불거진 경질설에 대해 “(한국축구가) 감독을 새로 선임해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되받았다. 그는 감독은 13일 김신욱 김보경(이상 전북 현대) 등 8명의 국내파 선수들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해외파 선수들은 이란 현지에서 각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을 만났다. ‘우즈베키스탄전까지 진다면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감독의 거취와 별개로 선수들은 지금까지 해 온 대로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지난 12년간 A대표팀 감독으로 몇 명이 있었는지 아는가. 10명이다. 평균 재임기간이 15개월 밖에 안 된다. 이게 선수단의 경기력 발전과 K리그 발전으로 이어질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당장 내일이나 모래 나가라고 한다면 나는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이런 (전체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수 면에서는 그간 확인할 선수들은 모두 확인했고,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전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개선해야 할 점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공격시 유기적인 플레이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볼을 가졌을 때 적극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표팀 공격수 김신욱은 “처음에 인터뷰를 들었던 순간 선수들 모두 손흥민처럼 당황한 게 사실이지만 이후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 오해가 다 풀렸다”며 “우리가 하나가 돼 다음 달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 모든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3대 2로 역전승을 거둔 다음날 야심 차게 이란 원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2일 테헤란 아지디 스타디움에서 끝난 최종예선 4차전에서 졸전 끝에 0대 1로 패했다. 42년 묵은 ‘아자디 징크스’를 깨지 못한 것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일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야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패했다”고 말해 ‘선수 탓’ 논란을 일으켰다.

돌아온 한국에서 이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기자회견 말미에 전술적인 이야기를 마친 뒤 김신욱 이야기를 하다가 소리아까지 언급했다”며 “(이란전에서는) 카타르전 후반에 비해 적극성이 부족했다는 것을 설명하려 했다. 그때 소리아가 떠올라서 언급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귀국해 마음이 무겁다. 돌아오면서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수비에서 1대 1 경합에서 밀렸고 초반에 미스를 범했다. 공격도 빠르게 패스하고 유기적으로 하려 했는데 초반에 두 번 실수가 나오다 보니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원정에서 압박과 부담에 시달려 준비한 것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해 이란(3승1무), 우즈베키스탄(3승1패)에 이어 A조 3위로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달 15일 서울월드컵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단두대 매치를 치른다. 만일 이 경기에서 한국이 또 패한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