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가 열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7275야드). 오전 10시40분 마지막조가 들어섰다. 디펜딩 챔피언 렉시 톰슨(21)과 중국의 펑샨샨(27), 그리고 박세리(39)가 한조가 돼 티박스에 나왔다.
평일 이른 아침이지만 구름관중이 몰렸다. 수많은 갤러리들이 박세리의 몸짓 하나 하나에 열중했다. ‘Thank you 사랑해, Se Ri’라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색 수건을 흔들었다. 이에 화답하며 활짝 웃은 박세리는 가장 먼저 티샷에 나섰다. 힘차게 휘둘렀지만 공은 왼쪽으로 치우쳐 러프로 들어갔다. 하지만 갤러리들은 박수를 치면서 박세리를 격려했다.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박세리의 은퇴 경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긴장한 탓인지 박세리의 샷은 좋지 못했다. 박세리는 버디 1개를 잡고 보기 9개를 쏟아내 8오버파 80타로 최하위 공동 76위로 경기를 마쳤다.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인 18번홀. 박세리가 퍼팅한 공이 땡그렁 소리를 내며 홀에 들어가자 관중석에선 환호가 울러 퍼졌다. 박세리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 갤러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다. 이어 함께 뛴 펑샨샨, 톰슨과 포옹을 나눴다. 웃음은 어느새 눈물로 변해 있었다.
홀을 빠져나오자 아버지 박준철씨가 가장 먼저 박세리를 맞이했다. 아버지도 딸을 안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크리스티나 김(32)과 박성현(23), 전인지(22) 등 국내외 선수들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박세리는 “1번홀 티박스에 올라 ‘세리 사랑해’라고 적힌 수건을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부터 실감이 났다”며 “18홀을 도는 내내 눈물을 흘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은퇴식을 하면서 너무 감동을 많이 받아서 운 기억밖에 없다. 어느 누가 은퇴식을 저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보며 했겠는가”라고 감격해 했다. 박세리는 “프로골퍼 박세리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박세리로 배워가며 노력하겠다”며 “지금처럼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또 다른 좋은 모습으로 뵙기를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0년대 후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박세리와 함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박찬호(43)도 은퇴식을 찾았다. 그는 “세리와 나는 나무다. 열매였던 적이 없다. 나무가 자라서 열매가 열렸고, 많은 후배 선수들이 열매가 됐다”며 “은퇴도 용기가 필요하다. 이제는 다른 역할을 맡으며 즐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모규엽 기자
Good-bye 세리!…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서 현역 마감
입력 2016-10-13 18:46 수정 2016-10-13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