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환수 국세청장은 내부적으로 모 기업 대표의 세무조사 착수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 사회적으로 꽤 신망이 두터운 기업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탈세를 해 온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조사 착수 배경은 핵심 측근의 제보였다. 30년 넘게 데리고 있던 회계 담당 임원이 퇴직하면서 이 대표의 차명계좌 운용 내역과 탈세 자료를 국세청에 신고했던 것이다.
지방의 한 숙박업소는 몇 년 전 탈세 제보로 문을 닫았다. 업소 주인은 서울에서 출장차 내려왔다는 한 손님의 현금 할인 요구를 한두 차례 응해줬다. 이 손님은 이후 서울에서 수십 명의 단체 손님을 데리고 온다며 숙박비를 입금하겠다고 계좌번호를 요구했고, 업소 주인은 별 생각 없이 수십 년간 써 온 가족명의 통장번호를 알려줬다. ‘세파라치’(전문 세금탈루 신고꾼)였던 이 손님은 계좌에 숙박비를 입금하자마자 이를 증거로 탈세 신고를 했다. 국세청은 이 건뿐 아니라 수십 년간 이 계좌에 있던 입금내역을 매출액으로 간주해 탈루세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포상금을 노린 탈세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103억원의 탈세 신고 포상금을 지급했는데 이를 통해 거둬들인 세수는 1조6530억원이나 됐다. 투자 수익률로 치면 1만6000%인 셈이다. 2011년 4812억원이던 탈세 신고에 의한 추징세액은 5년 새 3배 이상 늘었다. 1억원이던 탈세신고 포상금 한도는 2013년 10억원, 2014년 20억원, 지난해 30억원으로 크게 올랐고 이에 따라 신고는 급증 추세다.
국세청은 공익 신고가 아닌 단순히 포상금을 노린 신고가 급증하는 데 대해 우려하며 탈세 신고포상금 제도를 폐지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13일 “개인이 신고 포상금으로 가장 많이 받아간 게 5억원쯤 된다”면서 “국세청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지만 이 제도가 공익적인 목적이 아닌 포상금을 노린 사적 목적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수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국세청이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 8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세수 진도율 역시 74.1%로 지난해보다 3.9% 포인트나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해 대기업 세무조사는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증가했다”면서 “최근 세수 호황은 국세청이 중소기업을 쥐어짜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기획] 탈세신고 포상금 폐지? 국세청 고민
입력 2016-10-1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