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줄줄이 삭감… 지자체도 ‘영란 효과’

입력 2016-10-14 00:0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자치단체장들이 잇달아 업무추진비를 삭감하고 있다.

‘기관장 판공비’로도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가장 먼저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격려와 자연재해로 인한 이재민 지원’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지역의 특산물을 알리거나 학술이나 문화예술, 체육 분야에서 특별한 공을 세운 이를 위해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자체 조사 결과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이 ‘밥값’(85%)과 ‘직원 경조사비’(10%), ‘기타’(5%) 등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 후 식사, 선물, 경조사 등에 지출한도가 3만원, 5만원, 10만원 등으로 설정되고 직무연관성을 따져 지출 대상도 엄격히 제한되면서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업무추진비 삭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예산을 다른 용도로 활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내년도 부산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올해와 비슷한 기관업무추진비 1억9800만원과 시책업무추진비 1억2000여만원을 책정할 수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지난 10일 전국 82명 군수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도 군수업무추진비 전액을 삭감키로 했다. 총 5280만원까지 편성할 수 있는 내년도 군수 업무추진비를 ‘0원’으로 삭감키로 했다. 다만 업무추진비 예산으로 ‘청렴 콜센터’를 개설, 운영키로 했다.

청렴 콜센터는 공직자는 물론 주민과 기업인들이 김영란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선의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상담과 교육, 홍보 뿐 아니라 감시 기능까지 총괄하게 된다.

부산경실련 배성우 팀장은 “업무추진비를 놓고 논란이 많지만 시대적 추세에 맞춰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과 동시에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시장의 내년도 시책업무추진비(1억2816만원)와 기관운영비(1억9800만원)를 축소하기로 하고 관련 부서와 협의 중이다.

강원도는 도지사의 내년도 기관업무추진비 1억6720만원을 50%나 삭감한 8360만원을 편성했다. 도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늘어난 채무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부분을 고려해 내년도 업무추진비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는 연간 1억200여만원의 시장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삭감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자체에는 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 외에도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편성돼 있어 이를 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간부는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며 “태풍 등 자연재해 지역에 위로금으로 사용하는 등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인천·강원=윤봉학 정창교 서승진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