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가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을 허용하는 법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삶을 다 살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죽음을 선택케 하는 사실상 자살 방조 행위여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보건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인생을 완성했다고 느끼는 사람이 엄격하고 세심한 기준에 따라 삶을 끝낼 수 있도록 조력 자살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2002년 불치병 환자가 고통을 참을 수 없을 경우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게 한 안락사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불치병에 걸리거나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원한다면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에디트 스히퍼스 보건부 장관은 “희망이 없는 사람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삶을 끝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로 노년층이 삶을 스스로 마치려 할 것이기 때문에 나이 많은 사람에게 제한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락사법조차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사실상 자살방조법은 격한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정부가 환자를 ‘견딜 수 없는 고통’에서 해방시키겠다며 안락사법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고통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치매 등 정신병 환자에게도 안락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까지 제정된다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하는 사람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만 5516명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는데 이는 전체 사망자의 3.9%나 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의료진과 윤리학자 등 관련 전문가에게 자문해 내년 말쯤 법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스히퍼스 장관은 “외로움이나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이 죽음을 택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글=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네덜란드, 이번엔 ‘조력 자살’ 추진 논란
입력 2016-10-14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