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은행, 실적 늘리려 보너스를 ‘포인트’로

입력 2016-10-14 00:00

은행권에서 통합멤버십과 모바일메신저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에게 주는 보너스를 포인트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을 들여 개발한 서비스의 영업실적을 늘리려고 임직원들의 보너스까지 유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은행별 모바일메신저 및 멤버십제도 운영 현황’을 넘겨받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13일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KEB하나·우리·신한 시중은행 3곳은 지난 8월 기준 해당 서비스 권유실적 독려 명목으로 나눠준 보너스 131억8000만원 대부분을 멤버십 포인트로 지급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84억원과 47억원, 신한은행이 8000만원 순이었다.

해당 서비스들은 개발 도입에 총 363억7000만원이 들어갔다. KEB하나은행은 통합멤버십 제도인 ‘하나멤버스’를 도입하는 데 170억원을 투입했다. 우리은행은 비슷한 제도인 ‘우리멤버스’와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에 각각 107억2000만원과 24억원을 썼다. 신한은행도 ‘신한판클럽’을 내놓는 데 62억5000만원을 쏟아부었다.

워낙 거액을 들인 만큼 직원들에게 성과를 내라는 압박도 최근 거세다. 시중은행의 한 직원은 “펀드 판매 독려는 몰라도 메신저 서비스는 가입을 권유한다고 고객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 직원은 “상부에서부터 실적을 내라는 압박이 강해 자괴감이 들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경영진 입장에서는 격려금이라지만 임직원들은 사실상 영업실적 압박에 시달린다”면서 “자사 상품 홍보를 위해 직원들을 쥐어짜는 방식의 영업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