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등 공기업 9곳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를 탈퇴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 등으로 전경련의 정경유착 의혹이 거세지자 공기업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전경련에 따르면 한전과 인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가스공사, 서부발전, 에너지공단, 석유관리원, 산업단지공단,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9개 공기업이 전경련을 탈퇴했다. 아직 공기업 10개가 전경련에 가입돼 있지만 공기업 탈퇴 러시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미 세종문화회관이 탈퇴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고, 국책은행들도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들 공기업은 전경련에 수천만원의 연회비를 납부해 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전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7개 공공기관은 1961년부터 2008년까지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한 뒤 1000만원 안팎의 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76년 전경련에 가입한 이후 매년 1500만∼1600만원을 납부하는 등 총 2억8629만원을 회비로 냈다.
일부 공기업들은 2010년 들어 민간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에 가입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 여론이 나오자 탈퇴를 신청했지만 전경련이 받아들이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게다가 최근 극우단체 어버이연합회 지원 의혹과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한 정경유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전경련 무용론’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공기업 탈퇴에 이어 민간기업까지 전경련 탈퇴에 동참할 경우 전경련 해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전경련에는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600여개 기업과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전경련이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회비는 연간 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전경련 탈퇴 러시… 한전 등 공기업 9곳도
입력 2016-10-13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