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넥라시코… “올해도 웃을게” “집에 보내줄게”

입력 2016-10-13 18:45

야구팬들은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맞대결을 팀명의 앞글자를 따 ‘엘넥라시코’로 부른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전통적인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인 ‘엘클라시코’를 빗댄 것이다. 그만큼 두 팀은 만났다 하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다만 경기 결과는 대부분 넥센의 ‘해피엔딩’이었다. 이제 엘넥라시코가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뤄졌다.

넥센과 LG의 인연은 넥센이 창단한 이듬해인 2009년부터 시작됐다. 양팀은 같은 서울을 연고라고 하는 공통점과 함께 서로 활발한 트레이드를 벌였다. 특히 2009년부터 넥센은 극심한 자금난을 겪었다. 선수팔이로 생명을 연장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팀의 주요 선수들이 공양미 300석에 팔려간 심청이처럼 다른 구단으로 떠났다. 그 때 LG는 넥센으로부터 간판인 이택근을 선수 두명과 현금 25억원에 데려갔다. 이택근은 2010년 구단 납회식 때 친정팀 생각에 웃지 못했다. 그는 “김시진 감독님과 선수들을 생각하면 웃을 수 없다”고 했다.

LG에서 넥센으로 온 선수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팀을 옮겼다. 2011년 여름에는 박병호가 넥센으로 왔다. 2년 전 전인미답의 한 시즌 200안타를 때려낸 서건창도 LG 소속이다. 넥센으로 와서 기회를 얻어 꽃을 피웠지만 친정팀에 대해선 ‘나를 버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설상가상으로 2012년 LG의 한 고참 선수가 넥센을 향해 “돈 없다고 봐줬더니…”라고 해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넥센은 선수 부족으로 꼴찌를 헤매던 2011년과 2012년에도 상대전적이 각각 12승 7패, 13승 6패라는 압도적 성적을 거뒀다. 넥센으로 돌아온 이택근은 LG에 유독 강한 이유에 대해 “LG와 인연이 있었던 선수가 많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에둘러 악연을 표현했다.

넥센 수장이 염경엽 감독으로 바뀐 2013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염 감독도 LG와 악연이 있었다. 염 감독은 넥센으로 오기 전 LG에서 프런트로 활동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인물’이라는 오해를 받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넥센은 LG를 만나 2013년에는 11승 5패, 2014년에는 9승 7패, 2015년에는 10승 6패로 역시 우세해 5년간 계속 앞섰다. 넥센은 LG와의 통산 상대 전적이 92승 66패(0.582)로 압도적이다.

LG 입장에선 넥센이 정말 얄미울 수 밖에 없었다. 뒷머리를 잡을 정도로 골치였다. 매번 접전을 벌이다 마지막 순간 뒤집히기 일쑤였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넥센이 자신들만 만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 때문에 박종훈 감독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14년에는 가을야구에 올라왔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에 힘 한 번 못쓰고 1승 3패를 당하며 탈락했다.

그리고 매번 지는 게 익숙하다보니 넥센 선수들에게 자신감만 불어넣어주게 됐다. 2014년 미디어데이에서 강정호는 “LG가 올라오기를 바랐다. LG를 상대할 때 성적이 더 좋았다”고 도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LG는 강조한다. 무엇보다 리빌딩의 성공으로 그 악연을 경험하지 않은 선수가 많다. 지난해와 올해 LG 선발 라인업을 살펴보면 9명 중 절반 이상이 신인급 선수들이다. 올해는 특히 상대전적에서도 LG가 10승 6패로 처음 앞섰다.

넥센 서건창은 “2014년과 비교한다면 LG의 팀 컬러를 볼 때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도 “LG와 하면 늘 경기가 잘 풀린 기억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타이트한 상황이 많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LG의 젊은 선수들도 올해 넥센을 만나 잘 싸운 만큼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LG의 새 마무리 임정우는 “넥센전에서 결과가 좋았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박용택 등 베테랑들은 이번에 완전히 넥센과의 악연을 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