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에 밀리면 어업협상 불리 판단

입력 2016-10-13 17:47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 뉴시스

불법 조업 중국 어선에 우리 해경 고속단정이 침몰한 사건에 중국 정부는 이성적 처리를 강조하는 선에서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갑자기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유례없이 강하게 반박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국내외를 모두 겨냥한 포석이다. 무엇보다 한국에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한국에서 강도 높은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한국의 주장이 기정사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2017년도 양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입어하는 어선 수와 어획 할당량을 논의하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현재 본회의 개최를 위한 준비회담이 2차례 열렸지만 입어 어선 수를 놓고 견해가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중국 정부가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오인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해경 고속단정의 침몰 위치를 근거로 한국 측 법 집행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위치는 언급조차 않고 있다”면서 “우리 해경선이 중국 어선에 침몰당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겅 대변인의 발언은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 국민에게 전달하며 국내의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국 정부에서 함포 대응 등의 강경 조치가 등장하면서 중국에서는 한국을 비난하면서 중국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불만을 갖는 목소리가 커졌다.

환구망이 실시 중인 ‘중국 어선을 포격할 수 있도록 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과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온라인 투표에서 12일 현재 95%가 ‘그렇다’고 답했다.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는 겅 대변인의 발언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홍보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