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성추행 트라우마 극복했어요”

입력 2016-10-13 21:20
‘다문화 태권도교실’ 수업을 받은 이주여성 다이슈란, 웨이관구이, 왕징추(앞줄 왼쪽부터), 왕자웨이(뒷줄)씨가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국기원에서 승단 심사를 앞두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 제공

중국 필리핀 등에서 온 이주여성 4명이 경찰 지원을 받아 1년여간 훈련 끝에 13일 서울 광진구 한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검은 띠를 받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8월부터 관내 태권도장의 도움을 받아 ‘다문화 태권도교실’을 열었고 첫 유단자가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일 국기원 승단 심사에서 태권도 1단을 취득했다. 경찰은 이주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예방과 한국생활 정착을 돕기 위해 태권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등 4개국에서 온 이주여성 15∼20명이 매주 한 차례 이 교실에서 태권도를 배운다.

2013년 한국에 들어와 한국인 남편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웨이관구이(29·여·중국)씨도 이번에 1단을 땄다. 웨이씨는 검은 띠를 따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매주 연습했다. 정착 초기 지하철역에서 한 남성이 웨이씨의 허리를 손으로 잡은 일이 있었다.

웨이씨는 “당시 너무 놀라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던 게 후회가 됐다”며 “이제는 태권도 덕분에 용기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는 심재완 관장도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