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의 큰 키인데도 움직임은 전혀 투박하지 않다. 유연함과 기동력까지 갖춘 현대 농구의 흐름에 딱 어울리는 센터다. 장신 선수가 귀한 여자농구에 혜성같이 나타난 그야말로 ‘보물’이다. 프로 데뷔를 눈앞에 둔 초특급 센터 박지수(18·분당경영고) 얘기다.
박지수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농구공과 친해졌다. 아버지는 박상관(47) 전 명지대 감독이다. 박 전 감독은 실업농구 시절 삼성전자에 활약했고, 프로농구 출범 이후 삼성 썬더스에서 센터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어머니는 여자배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이수경(48) 씨다. 박지수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조금 작았지만 운동 신경이 뛰어났다. 신장 200㎝의 아버지와 180㎝인 어머니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기에 걱정할 문제는 아니었다. 기대대로 무럭무럭 자랐고, 여자농구를 이끌 ‘포스트 박찬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농구공을 잡은 건 사실이지만 특별한 가르침을 받진 않았다. 박 전 감독 역시 사령탑 생활을 했기에 지도자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박지수를 직접 가르치는 지도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딸의 성장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만 봤다.
탄탄대로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박지수는 고교 진학을 앞두고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닥쳤다. 2013년 10월 U-16 여자대표팀 훈련 중 상대선수의 발을 밟아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졌다. 수술을 받은 뒤 침체기가 왔다. 부상 트라우마로 몸싸움을 기피했다. 큰 꿈을 포기해야한다는 마음에 실망감과 스트레스는 배가 됐다.
그래도 꿋꿋이 이겨냈다. 묵묵히 재활과 훈련에 매진했다. 박지수는 그렇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돌아왔다. 적극적인 리바운드와 영리한 포스트플레이로 고교 농구를 평정했다.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팀 주전 센터도 맡았다.
지난 6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농구 최종 예선 때는 리바운드 1위(10.6개), 블록슛 3위(1.6개)를 차지하며 국제무대 검증을 마쳤다.
박지수의 등장은 여자프로농구(WKBL)에도 희소식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변연하 이미선 신정자 하은주 등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모두 은퇴했다. ‘첼시 리 사태’로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맞던 중 차세대 스타를 예약한 박지수가 나타났다. 17일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가 확정적이다.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데다 국가대표 경험까지 갖췄으니 안 뽑을 이유가 없다.
박지수도 프로 진출을 고대하는 모양새다. 그녀의 롤모델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센터 양지희(185㎝·우리은행)다. 같은 포지션인 양지희의 플레이를 본받고 싶다고 말한다. 프로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한 박지수의 손에 여자농구의 미래가 달려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초특급 센터 박지수, 女농구 10년 책임진다
입력 2016-10-13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