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배의 불편한 교회건축 이야기] 대예배실을 줄이자

입력 2016-10-14 21:07

세계 최고층 건축물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할리파’로 2010년 완공되었으며 높이 828m, 층수는 163층에 달한다. 바벨탑 이후 인간이 세운 최고 높이의 건축물이다.

개신교회의 건축공간은 예배 공간, 교육 공간, 친교 공간, 사무 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예배공간은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성별(聖別)된 장소로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교회건축 관련하여 이호진 교수는 1996년 “교회공간의 43.8%가 1주일에 몇 시간 사용치 않는 예배공간으로 공간이용률은 1.7%의 효율성 밖에 없다”고 교회공간의 비효율성을 지적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도 대예배실의 이용 현황을 보면 주일에만 주로 사용되고 나머지는 거의 닫혀있는 상태로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교회 대예배실 공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화려한 인테리어와 최고급 음향과 조명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회중석은 극장식의 경사진 단면으로 이루어져있다.

대예배실 평균높이는 12m정도에 이르며 이는 아파트 4개 층을 합친 높이에 해당되며 대예배실 건축에 투입되는 공사비는 총공사비의 약 43%가 투입되고 있다.

대예배실의 낮은 이용률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비용의 투입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그것을 종교적 특성으로 당연시하고 그것에 대한 논의를 터부시하여 과거의 건축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 한국 교회건축의 현실이다.

한편 교인의 신앙생활을 살펴보면 과거 산업화 시대와는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오전11시 주일 대예배를 중심으로 교회의 모든 활동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교인의 예배 패턴이 많이 바뀌어서 대형교회의 경우 주일예배는 보통 5∼6부로 분산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예배시간의 특정함도 사라지고 있다.

공간의 이용과 관련해서도 대예배실 공간보다도 별관 등에서 가족과 함께 스크린을 통한 예배를 선호하는 교인들도 많다. 이제 예배장소의 특별함도 사라지고 있다.

예배시간의 특정함과 예배공간의 특별함이 사라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대예배실 공간은 규모가 더욱 커지고 화려함도 더해지고 있음에 이제는 이를 멈추고 예배의 성경적 의미를 찾아 교회공간에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다.

예수님께서는 예배와 관련하여 “하나님은 영이시니 영과 진리로 예배할 지니라”고 말씀하시며 외적 요소보다는 내적인 신실함을 강조하셨다.

교회와 극장의 공간개념은 달라야 한다. 극장은 가능한 많은 관객을 확보해야하므로 중이층 또는 3층까지도 객석 공간으로 활용하지만 교회는 적절한 크기의 예배공간을 갖추고 말씀을 전하면 된다.

대예배실 면적을 줄여야 한다. 만일 교인이 크게 늘어나서 대예배실에서 한번에 수용하기가 어려우면 예배를 분산하여 3부, 4부로 나누고 그것도 부족하면 교회 내 다른 공간에서 영상 등을 활용하여 예배를 보면 공간의 부족으로 인한 염려는 해소될 것이다.

대예배실의 높이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일예배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 대예배실의 중이층도 없애서 공사비용을 절감하고 유지보수비용의 절감도 모색하여야 한다.

규모의 축소와 함께 대예배실 회중석 구조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극장식의 경사진 회중석을 지양하고 평평한 회중석을 구성하여 공간의 다기능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교회공간의 다용도 활용을 위해서 장의자를 없애고 이동에 용이한 접이식 의자를 사용하는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경사진 극장식 의자에 앉아서 제단을 내려다보는 예배보다는 회중석에서 제단을 올려다보며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 예배의식의 본질에 더 가깝지 않을까.

대예배실 규모를 축소하면 교회건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시대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교회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엔 새로운 교회공간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큰 교회, 지나치게 큰 예배당 보다는 낭비 없고 균형이 잘 잡혀 내 집처럼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두바이의 높고 높은 ‘부르즈 할리파’를 바라보고 돈의 위력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품위 있는 건축으로 보는 시각은 그다지 많지 않다.

작아도 편안한 교회, 작더라도 품위 있는 교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박승배 <교회건축전문가·뉴어프로치건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