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막판 달구는 ‘베테랑의 품격’

입력 2016-10-13 18:44

2016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키워드는 ‘베테랑’이다. 30대 선수들은 회춘이라도 한 듯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스플릿 라운드(팀당 5경기)에서 베테랑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을 대표하는 베테랑은 ‘패트리어트’ 정조국(32·광주 FC)이다. 그는 14일 현재 1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8월 27일엔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넣어 역대 9번째로 통산 100호 골을 달성했다. A매치 휴식기였던 9월초 팀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린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광주는 정조국이 출전하지 못한 5경기에서 1승1무3패로 부진했고, 결국 9위로 처져 상위 스플릿(1∼6위)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체로 분류됐던 광주는 정조국의 활약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정조국은 오는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수원 FC와의 34라운드에서 출전할 예정이다.

수원 삼성 염기훈(33)은 현재 12도움으로 선두에 올라 있다. 2위인 코바(울산 현대·9도움)에 3개 차로 앞서 있어 2년 연속 도움왕 등극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마음은 편치 않다. 팀이 33라운드까지 10위에 그쳐 상위 스플릿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원 주장인 염기훈은 “앞으로 주장으로서 선수단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정규리그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FA컵에선 꼭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은 26일 울산 현대와 FA컵 4강전에서 맞붙는다. 수원이 FA컵에서 우승하면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할 수 있다.

선두 전북 현대 수비수 조성환(34)-김형일(32) ‘듀오’의 활약도 돋보인다. 둘은 이번 시즌 ‘닥수(닥치고 수비)’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ACL에서 둘의 활약이 더 빛났다. 이들은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ACL 8강전에서 호흡을 맞춰 브라질 출신의 엘케슨과 중국 국가 대표팀 공격수 우레이의 공격을 막아내며 1, 2차전 합계 5대 0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전북의 리그 무패 우승 여부가 둘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위 FC 서울 수비수 곽태휘(35)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7월 서울에 합류한 곽태휘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의 수비를 이끌고 있다. 산둥 루넝(중국)과의 ACL 8강 1차전에선 이탈리아 국가대표 공격수 펠레를 꽁꽁 묶어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