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SNS이어… 통신 인프라까지 넘본다
입력 2016-10-14 00:02
구글과 페이스북이 북아메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대륙 간 초고속 통신망 구축에 나선다.
구글은 페이스북, 통신업체 퍼시픽 라이트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TE서브컴 등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홍콩을 잇는 해저 광섬유 케이블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태평양 광케이블 네트워크(PLCN)’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총 길이 1만2800㎞이며 용량은 초당 120테라비트에 달한다. 구글은 PLCN을 통해 LA에서 홍콩까지 HD급 비디오 콘퍼런스 영상을 동시에 8000만개 송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IT 공룡들은 직접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은 PLCN을 포함해 모두 6개의 해저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은 미국 버지니아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6600㎞ 길이의 해저 케이블을 함께 구축하기도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위성, 무인기 등을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을 공급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통신 인프라가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무료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이들이 통신망 구축에 관심 갖는 이유는 서비스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터넷을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서비스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직접 망을 구축하면 외부 업체의 네트워크 의존도를 낮추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구글은 이날 PLCN을 발표하면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다른 어떤 클라우드 공급업체보다 큰 네트워크망을 갖추게 됐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구글 사용자들에게 보다 나은 사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 세계 검색, SNS를 지배하는 이들이 망까지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페이스북은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프리 베이직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30여 개발도상국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와 이집트 정부는 페이스북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페이스북이 지정한 서비스만 이용토록 했기 때문에 망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망중립성은 모든 콘텐츠, 서비스가 동등한 속도로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페이스북이 최근 미국 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프리 베이직스를 제공키로 하면서 망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소수의 인터넷 기업에 의한 영향력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IT 전문매체 씨넷은 “망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