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한장희] 국회의원도 리콜이 되나요

입력 2016-10-13 18:52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나간다. 국감 내내 증인 채택 공방만 오갔다. 야당이 증인 채택을 요구하면 여당은 안건조정위로 방어막을 치고, 다시 야당이 특검제로 맞서는 정쟁의 악순환이 계속됐다. 시험범위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시험이 끝난 격이다. 당연히 ‘빈손·맹탕 국감’이다. ‘쌀 직불금 부당수령’ 문제를 파헤쳐 국정조사까지 끌어냈던 집요함도,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까발린 한 방도 없다. 한 야당 대표가 오전 회의 때 내놓은 폭로 예고편은 반나절도 안 돼 시쳇말로 ‘뻥카’로 결론나기도 했다.

신문 정치면에 등장하던 ‘국감 스타’도 자취를 감췄다. 국감 스타는커녕 ‘헛발질 스타’만 난무했다. 한 야당 의원은 산하기관장 아들의 취업 청탁 의혹을 제기했지만 대상이 동명이인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국감 꼴불견도 여전하다. 피감기관장을 몰아세울 때 대사도 예전 그대로다. “묻는 것에만 답하세요”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거짓말을 하느냐”로 시작된 호통은 “사퇴하세요”로 마무리된다.

화젯거리라곤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들뿐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장은 질의 도중 화장실에 가는 돌출행동을 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의 “새파랗게 젊은것들에 이런 수모를…” 발언으로 들끓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의 질의 동영상도 ‘MS 황당질의’라는 제목이 붙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학교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유를 추궁하면서 무리하게 다그친 게 화근이었다. 이 의원은 언성을 높인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하다”고 했지만 과거 언행까지 더해져 온라인에서 파문은 확산됐다.

의원도 아니고 국감장에도 없었던 인사가 국감 스타가 된 웃지 못할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 김제동씨가 지난해 한 방송에서 “군사령관 사모님께 아주머니라 불러 13일간 영창에 수감됐다”고 한 발언을 국방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문제 삼은 게 발단이었다. 이후 김씨 증인 채택이 국감 핵심 이슈가 됐다. “부르면 나가겠다. 근데 감당할 수 있겠나”며 김씨가 조롱했지만, “김제동을 띄워줄 일 있냐”며 새누리당은 증인 채택을 하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 연대인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국정감사 중간평가 보고서에서 이번 국감을 ‘F학점’으로 평가했다. F학점은 이 단체가 활동을 시작한 15대 국회 말 이래 18년 만에 내놓은 최악의 성적표다.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D)보다 못한 것이다.

20년 가까이 국감을 치른 한 국회 보좌관은 “유독 이번 국감에 함량미달 질의가 많다”고 했다. 일부 의원도 “뒷다리나 긁는 식의 국감으로 끝나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의원들은 “피감기관이 자료를 안 내놓는다”며 여전히 남 탓이다.

그래도 의원들은 이달 세비를 두둑이 받는다. 다달이 지급되는 사무실·차량 유지비 770만원을 빼고도 1150만원이 입금되는데 이번 달엔 정기국회 특별활동비까지 붙어 나온다. 하루 3만원씩인 특별활동비는 입법활동비(월 313만원)와 마찬가지로 세금도 붙지 않는다.

‘갤럭시 노트7’이 인기 컴퓨터게임에서 폭탄 무기로 등장했다고 한다. 연이은 발화 사고 논란에 대한 조롱이다. 딱히 연관이 없는 일이긴 하지만 대표 국내 기업이 조롱받고 있는 현실에 우려와 함께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하지만 조롱거리로 전락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연민은 추호도 없다. 리콜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한장희 정치부 차장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