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어 ‘조업권’ 불똥… 한·중 관계 악화일로
입력 2016-10-12 21:58 수정 2016-10-13 00:11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작심한 듯 한국을 향해 격한 언사를 쏟아냈다. 그는 “한국 측은 무턱대고 (중국 어선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단속 과정에서 무력 사용까지 불사하고 있다”면서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리어 모순을 격화하고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겅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 어선에 대해 ‘함포 사용’까지 언급한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 초기에는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는 정도였지만 우리 정부가 예상 밖의 강수를 내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는 “한국 측은 규범적으로 법을 집행해야 해야 하며 단속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우리 외교부도 중국의 주장에 대해 즉각 “중국 어선의 불법행위 및 공권력 도전 행위”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맞불을 놨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 들어 최상으로 자부하던 한·중 관계는 냉각될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북한의 4, 5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 수위를 둘러싼 입장차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더해 양국 관계는 또 하나의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다만 중국 측은 또다시 ‘냉정’과 ‘이성’을 촉구했다. 겅 대변인은 “중·한 어업협력이 부단히 심화되고 있어 일련의 분쟁이 생기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면서 “양측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냉정과 이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시각에 따라 어업 문제를 객관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의 근원은 2001년 체결된 한·중 어업협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각국 연안에서 200해리까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서해는 최대 폭이 400해리에 못 미친다.
때문에 한·중 양국은 EEZ 획정 문제를 잠시 미뤄두고 어업협정을 우선 체결했다. 각자의 EEZ를 인정하되 겹치는 구간은 공동 관리하자는 취지다.
정확한 EEZ를 획정하고자 한·중 외교 당국 간 주기적으로 해양경계획정회담을 열고 있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어느 정도 봉합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