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 설득력 부족한 연출, 주인공 연기는 압권

입력 2016-10-13 17:37

오페라의 역사는 작곡가의 시대, 성악가의 시대, 지휘자의 시대에 이어 연출가의 시대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새로운 창작 오페라가 고전이 되지 못하는 현대에 기존 작품을 어떻게 재해석해서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TV나 영화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을 극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해지면서 오페라 연출가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이런 움직임 속에서 오페라 연출가들은 원작의 배경을 현대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제화된 전통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국립오페라단의 2016-2017시즌 개막작 푸치니의 ‘토스카’도 원래 1800년 나폴레옹 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번에 파시즘이 성행했던 1930년대로 바꿔놓았다.

‘토스카’는 나폴레옹을 지지하는 혁명파 친구를 숨겨주는 화가 카바라도시, 그를 사랑하는 가수 토스카, 그녀를 이용하는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사이의 사랑과 질투를 그린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스테디셀러 오페라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국립오페라단 ‘토스카’의 연출가는 이탈리아 거장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의 아들 다니엘레 아바도(58)가 맡았다. 지난 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토스카’의 프레스 리허설을 통해 확인한 아바도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사실 ‘토스카’는 원작의 배경이 너무나 구체적이라 연출가가 자유롭게 해석할 여지가 적은 작품이다. 여전히 실험적인 연출보다 전통적인 연출이 많은 이유다. 그나마 시대를 현대로 바꾼 경우에는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지배한 시대로 한 프로덕션이 이미 여러 편 나왔다.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와 혁명 등을 이야기하기에 파시즘 시대가 어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출가 아바도 역시 그런 이유로 배경을 1930년대로 바꿨다고 밝혔다.

아바도는 배경을 바꾸면서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 영화적인 기법을 많이 도입했다. 1막에서는 성당을 영화세트장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흰 막에 성당의 일부를 이루는 다양한 조각들, 당시 이탈리아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군인들의 행진 등 다양한 영상을 투사했다. 자막에는 원작에서 화가인 카바라도시를 (촬영)기사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연출은 이 작품을 굳이 1930년대로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단순히 한국 관객에게 파시즘 시대가 멀게 느껴져서만이 아니다. 오페라에서 시대를 바꾼 연출은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러워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는 영상은 너무 번잡한 데다 성악가에 대한 관객의 몰입까지 방해했다.

반면 성악가들의 실력은 빼어났다. 토스카 역의 소프라노 알렉시아 불가리두와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는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줬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