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 슈팅 ‘0’… 슈틸리케의 ‘무뇌축구’

입력 2016-10-13 00:01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이란에 0대 1로 패배한 뒤 몸을 숙여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벗는 슈틸리케 감독. 뉴시스



전후반 90분 동안 공 점유율 52%. 하지만 슛 3개 중 유효 슛은 하나도 없었다. 비효율적인 공격을 반복하는 동안 수비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좌우 측면은 속수무책이었다. 적은 이미 우리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집요할 정도로 측면을 파고들어 전반 24분 사르다르 아즈문(21·로스토프)의 선제골 한방으로 승부를 갈랐다.

‘파격’이라는 말로 포장한 수비진의 포지션 파괴는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하지만 이를 만회할 전술도, 목표의식도 없었다. 감독이 선수를 탓하고, 선수가 볼멘소리를 내는 불편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아무 생각도 없는 ‘무뇌축구’였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란 원정 패배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험로로 만들었다.

한국은 12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경기에서 0대 1로 졌다. 1974년 9월 테헤란아시안게임부터 42년 동안 7차례 도전한 이란 원정에서 단 1승도 쌓지 못했다.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2무5패, 통산 상대전적 9승7무13패로 열세다.

월드컵 최종예선 중간전적은 2승1무1패(승점 7)다. A조 3위로 다시 내려갔다. 최종예선 3위는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할 수 없다.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4.5장. 최종예선 각조 2위까지 4개국과 각조 3위 중 하나가 가져간다. 각조 3위의 플레이오프로 가린 승자는 북중미 예선 4위와 다시 대결해야 한다. 3위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길은 험난해진다.

모두 자초한 결과다. 이란의 슛 12개 중 유효 슛 4개가 들어오는 동안 한국의 슛 3개는 모두 골문 밖으로 빗나갔다. 체력과 압박이 좋은 이란을 상대로 평소와 같은 돌격형 4-3-3 포메이션을 구사한 결과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뒤늦게 꺼낸 플랜B는 타깃맨을 활용한 롱볼밖에 없었다. 신장 197㎝의 장신 김신욱(28·전북)을 후반 20분 투입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자원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최종예선 기간 중 골키퍼와 수비수를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실전에서 주전을 확정하지 못한 수비진은 심각한 위험요소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과의 1차전에서 만회골을 허용할 때 어시스트에 가까운 실수를 저질렀던 라이트백 오재석(26·감바 오사카)을 다시 중용해 왼쪽 풀백으로 세웠다. 센터백 장현수(25·광저우 푸리)는 오른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형하며 실험했다. 이게 자충수였다.

오재석과 장현수는 낯선 포지션에서 이란의 공격을 저지하지도, 오버래핑에 나서지도 못했다. 좌우 공격수인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과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은 측면 공격을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 아즈문의 결승골은 오른쪽 측면을 공략당한 결과였다. 이란은 공격의 40% 이상을 오른쪽 측면에 할애했다.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3) 감독은 “한국의 약점을 많이 공부했다”며 공격전술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드필더를 줄이고 공격수를 늘려 다이아몬드 형태의 촘촘한 중앙 공격진을 구성한 4-3-3 포메이션에서 풀백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공격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풀백 실험은 이번에도 완전 실패했다.

불편한 잡음까지 불거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한국엔 세바스티안 소리아(33·알 라이안)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다”고 말했다. 소리아는 3차전에서 한국을 괴롭혔던 카타르 공격수다. 우루과에서 귀화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5위(4골) 손흥민부터 김신욱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 등 아시아 최정상급 공격수를 보유한 한국대표팀 감독으로서 실언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곧바로 볼멘소리가 나왔다. 손흥민은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귀국을 앞두고 테헤란의 대표팀 숙소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런 선수(소리아)를 분석하고 준비하자는 의미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원정에서 내용과 결과는 물론 명분까지 잃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